전세난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청년들이 몸을 뉘일 곳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임대차 계약 시 집주인들이 중기청대출을 거부하거나 청년전세임대주택 매물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임대인에게 불리한 조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기울어진 임대차 시장’을 꼽았다. 소비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때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 내다봤다. 또 전세 위주로만 이루어진 현재의 주거복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중소기업 청년 위한 대출 ‘유명무실’
중기청대출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저금리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만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중에서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청년창업 지원을 받고 있으면 대상이 된다.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1인 가구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2억88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다. 대출금리는 연 1.2%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보다 낮다. 대출한도는 최대 1억원 이내, 대출기간은 최소 2년으로 4회 연장해 최장 10년 동안 이용이 가능하다.
대출 담보는 한국주택금용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 한 곳을 통해 가능하다. 주금공은 보증금의 80%까지, HUG는 100% 전액 대출이 나온다.
다만 심사내용에서 HUG의 상품이 집주인에게 까다롭게 작용한다. 중기청대출을 다루는 집주인이 얼마 없는 이유다.
세입자가 HUG의 중기청대출 100%을 이용하려면 집주인에게 채권양도계약서, 위임장, 동의서, 주택가격동의서 등의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이중 채권양도계약서는 HUG가 대출 상품에 대한 보증으로 나간 보증금 반환 권리를 임차인이 아닌 HUG에 옮겨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면 HUG의 채무자가 되는 셈이다.
LH 청년전세임대 ‘하늘의 별따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년전세임대는 청년들의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흔히 ‘LH전세자금대출’로 알려져 있지만 대출이 아닌 임대 형태로 진행된다. 세입자가 택한 매물의 집주인과 LH가 계약을 체결한 후, 해당 주택을 세입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형식이다.
다만 입주 신청에서 계약까지 2개월 이상 소요될 정도로 까다롭다. 입주자격은 무주택요건 및 소득, 자산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만 19세~39세로 월평균 소득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입주대상자로 선정되면 LH전세임대 대상 주택 범위 내에서 대상자가 살 집을 직접 물색해야한다. 대학생 B씨는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 지역의 부동산이란 부동산은 다 돌아봤지만 중기청대출을 받아주는 곳은 하늘의 별따기였다”면서 “당첨이 되어도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중개사들은 복잡한 가입조건을 이유로 집주인들이 매물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임대 등록을 위한 서류 준비부터 시작해서 권리분석까지 준비사항이 한가득”이라며 “주거문제에 관심이 있는 집주인이 아닌 이상 매물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전문가들은 “기울어진 임대차 시장이 당면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임대주택 참여율이 저조한 현상이 방증하는 건 결국 임대차시장은 임대인 위주라는 것”이라며 “임대차 시장의 균형이 잡히지 않는 한 고쳐질 수 없다. 임대차 시장이 직면한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임대의 경우 결국 전전세다 보니 집주인은 LH와 계약하게 된다. LH는 공공기관이다 보니 감사기관에 걸리지 않기 위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를 시장에서 받아들이느냐 여부다. 소비자 위주라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불법이나 편법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세위주로 이뤄진 이같은 대출 및 임대주택 지원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청년주거권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현재 주택도시기금 예산의 40% 정도가 전부 전세관련 예산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60%가 공공임대나 주거급여 등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전세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이걸 중심으로 주거복지 지원책을 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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