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법원에 의해 일부 인용됐다. 하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박 전 시장 사건피해자 A씨의 또 다른 성추행 피해관련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사실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한 대통령 혹은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할게 없다”고 했다.
이어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재판이 아니다. 다른 재판이었고, 일부 인용이 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본 재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판결이 내려진 것이 없기에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강하게 비난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 동료에게만 너그러움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젠 법원도 갈라치기 하는 것이냐”며 “인권변호사였다는 분의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라고 꼬집었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가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서울시장 의전비서였던 직원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판결이 있다.
재판부는 이날 판시에서 A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로 치료를 받은 병원 기록을 근거로 “피해자(A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피해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14일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외면해 온 진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여성인권보호에 앞장섰다던 여당의원이 ‘피해호소인’을 들먹이며 가해자를 두둔하고, n차 가해의 중심에 섰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 자체로 무거운 의미가 있다”고 비난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마땅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규명된 사실관계 언급 없이 수사 종결한 경찰, 떳떳하냐.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 자동면직되면 그만이냐. 책임 회피하기 바빴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끄럽지 않으냐. 더불어민주당, 보궐준비만 하면 그만이냐”고 날을 세웠다.
이 가운데 피해자 A씨의 모친은 14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집을 버리고 함께 살고 있다. 딸은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불 꺼진 방에서 휴대폰을 뒤적거린다”면서 “어쩌다 잠이 든 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나는 우리 딸이 정말 숨을 쉬지 않는지 확인을 하느라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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