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짝퉁’으로만 치부되던 중국 게임이 글로벌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 창업한 미호요의 게임 ‘원신(原神)’은 지난해 9월 28일 출시 후 단 1개월 만에 모바일 게임 글로벌 매출 1위 게임으로 등극했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원신은 지난해 12월에만 1억6350만 달러(약 1800억원)를 벌어들였다. 10월과 11월 매출인 3억9300만달러(약 4300억원)를 더하면 한화로 6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원신의 PC, 콘솔 플랫폼 매출까지 합산할 경우 총 매출 규모는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신은 출시 전후로 각종 논란에 시달린 게임이다.
일본 닌텐도의 명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았고, 출시 후엔 ‘백도어(해킹 등을 위해 심어놓은 프로그램)’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깔끔한 그래픽, 독창적인 게임성 등을 확장시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백도어 논란도 백그라운드에서 안티 치트 프로그램이 자동 실행되는 부분을 전면 수정해 사태를 진정시켰다. 업계에선 원신이 기본적인 게임의 틀은 콘솔 게임의 그것을 차용하되, 수익 창출은 한국 모바일 게임의 과금 구조를 따라가 게임성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게임의 글로벌 흥행은 이제 생경한 일이 아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글로벌 모바일 게임 톱5 안에는 중국의 3개 게임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매출 64000만 달러를 기록한 중국 텐센트의 ‘왕자영요(王者荣耀)’가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원신이, 3위는 5600만 달러를 올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차지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이 제작했지만, 중국 텐센트와 공동 개발하면서 수익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화평정영(和平精英)’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이밖에도 ‘라이즈오브킹덤’과 ‘명일방주’를 비롯해 출시 한 달 만에 해외에서만 2600만 달러(약 288억원)의 수익을 낸 ‘프로젝트 메이크오버’ 등이 중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흥행작이다.
반면 한국 게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체 개발 게임들로 글로벌 흥행작을 연달아 내놓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글로벌 히트작이 전무하다. 과금 유도에 매몰된 양산형 모바일 게임만 즐비하고, 자체 개발 게임들도 과거 인기 IP(지적재산권)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15조5750억원으로 2018년의 14조2902억원보다 9% 늘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은 뒷걸음 쳤다. 이 기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5% 늘어난 1864억9100만달러(약 217조3832억원)였지만, 한국의 점유율은 6.2%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줄며 영국에게 4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 게임 업계의 중국에 대한 지나친 수출 의존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중국이 판호(허가증) 발급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가 외자 판호를 발급 받아 주목 받았지만 이후 별다른 언급이 없어 올해 역시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이에 국내 게임 업계는 대만과 일본 등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로 한국 게임 시장과 비교해 2배 정도 크다. 대만 시장은 중국과 정서가 비슷해 중국 및 동남아 진출의 전초 기지로 삼기 알맞다.
실제 2015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지난해 4월 직접 서비스로 전환한 이후 첫날 신규 이용자 211%, 복귀 이용자 89% 증가 효과를 봤다. 5월 첫 주말에는 일본 서비스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기록도 경신했다. 일본 게임 전문 사이트 ‘온라인 게이머’에 따르면 검은사막은 지난해 10월 일본 온라인 게임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클로버게임즈 등은 올 상반기 내에 일본· 대만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대표 게임인 모바일 MMORPG(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2M’을 올해 1분기 내 대만과 일본에 출시한다. 넷마블도 상반기 중에 ‘제2의 나라’를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 시장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짝퉁게임으로 취급 받던 중국 게임이 돈을 휩쓸고 있다”며 “업계도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콘솔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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