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수업 확대 시동 걸리는데…학교는 준비됐을까 

등교수업 확대 시동 걸리는데…학교는 준비됐을까 

지난해 1학기 기준, 서울 초등학교 평균 등교일수 11.6일
"저학년 학력 격차 심각...학급 당 인원수 조정 등 대책부터"

기사승인 2021-01-26 06:20:01
2021학년도 서울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인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이초등학교에서 어린이와 학부모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정부가 2021학년도 신학기 등교 수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축소됐던 지난해와는 다를 수 있을까.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원격수업 장기화 문제를 거론하며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신학기 수업 방식과 학교 방역 전략을 미리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원격수업이 길어져 학습 격차 우려도 있고 학부모의 돌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며 “오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의 사회성 부족, 우울감 등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등교 원칙 따르면 1단계에서는 등교 인원을 3분의 2로 제한된다. 다만 지역·학교별로 여건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지역 유행 단계인 1.5단계에서는 3분의 2를 준수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등교 인원을 3분의 1로 제한해야 하지만 지역·학교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고등학교는 3분의 2까지 가능하다. 2.5단계에서는 3분의 1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3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와 농·산·어촌 학교 등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3단계에서는 전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시내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15일 오후 서울 공릉동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정부는 등교 원칙을 조정해 초등학교 저학년 등에 대한 등교 수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기준,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평균 등교일수는 11.6일에 불과했다. 초등학생이 1년 동안 받아야 하는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다. 대다수의 수업이 원격수업으로 진행된 것이다. 

일선 교사들은 등교 수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가르치는 이모 교사는 “(매일 등교 시)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도 “저학년 어린이들의 학력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 등교 수업 확대는 아이들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는 “아이들의 영어 학습능력을 평가해봤는데 ‘중간층’이 전멸했다”며 “학교에서 선생님의 지도를 통해 수업을 따라오던 중간 성적 아이들이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택근무·육아휴직을 하던 학부모들도 지금 코너에 몰렸다”며 “맞벌이 부부 중에는 초등학생 아이를 돌보지 못해 조부모가 있는 시골로 내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전국 유·초·중·고의 등교 인원 제한이 3분의 2로 완화된 19일 오전 서울 금천구 문백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학교는 등교수업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일까. 과밀학급 등은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학급당 학생 수를 조절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거리두기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OECD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3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 30명이 넘으면 과밀학급으로 분류된다. 

강민정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기준 초등학교 1학년 과밀학급은 93개교 520학급이다. 한 학급에 40명을 초과하는 곳도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밀학급의 수는 더 많아졌다. 중학교 1학년의 과밀학급은 전국 614개교 5200학급이다.

방역과 아이들 학습을 위한 인력충원도 숙제다. 아침 등교 때마다 발열체크, 식사 전 발열체크, 하교 후 교실 가림막 소독 등은 매일 등교가 이뤄질 시 기존 인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15일 오후 서울 공릉동 화랑초등학교에서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교원단체는 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을 촉구했다.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강구해야 한다”며 “등교 수업이 꼭 필요한 지역부터 교사를 증원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부와 교원단체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지만 교원단체에서 요구하는 과밀학급 해소 등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쉬운 부분도 있다”면서 “잘 협력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교육부에서 지역·학급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학교 현장 관계자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미리 협의를 통해 소통하고 교사들에게도 안내해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은 학교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가정돌봄 기능도 강화가 돼야 한다. 기업이나 직장에서 육아휴직, 탄력근무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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