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권이 때릴수록 오른다?… 대권주자 1위 탈환

윤석열, 여권이 때릴수록 오른다?… 대권주자 1위 탈환

‘법치위기’ 발언 공감에 정계진출 기대도 높아져 ‘반짝 인기’ 아닐 수도

기사승인 2021-03-08 12:49:45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입장을 밝혔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탈환했다. 이는 과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상황에서 지지율의 급등을 보였던 현상과 흡사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지율 추이가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윤 총장의 지지율이 32.4%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6주전인 1월 22일 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14.6%)보다 17.8%p나 급등한 결과다.

이같은 결과는 윤 총장의 사퇴선언과 사퇴선언 전·후 이어진 더불어민주당의 직·간접적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민주당은 윤 총장을 향해 ‘정치검찰의 전형’이라거나 ‘중립성을 잃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박탈 등을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 시즌2’를 공공연히 주장해왔다.

이는 추·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1월 지지율이 30%를 넘기도 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봉합에 나서며 갈등이 일단락 됐고, 지지율이 급락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중재나 통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중재 후 사퇴 선언 전까지 차기대권주자로서 윤 총장의 가능성도 희미해지는 듯했다.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지난 1월 말부터 하락한 지지율은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달 25일 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택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까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때 지지율은 7%였다.

그래프=연합뉴스, 자료=한국사회여론연구소

그러나 지난 4일 윤 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선언했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이라는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직면한 직후 ‘부활’에 가까운 지지율 회복과 1위 탈환을 하자 민주당이 과거 추 장관처럼 윤 총장을 띄운 셈이 됐다는 안팎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핵심이 과거와 조금 다르다. 추·윤 갈등 당시 윤 총장은 ‘정당성’ 측면에서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나서자 지지율을 유지할 주제가 많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양상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근거는 KSOI가 이날 지지율과 함께 제시한 조사결과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뢰로 내놓은 현안조사결과다.

KSOI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며 언급한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해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 과반 이상인 56.6%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매우 공감한다’는 응답이 44.2%에 달했다. 

‘공감한다’는 응답의 다수는 국민의힘 지지층(93.0%),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층(85.6%), 보수층(81.8%)과 중도층(61.6%), 농·임·어업 종사자(67.7%)와 가정주부(67.4%), 대전·세종·충청(67.3%)과 서울(64.5%), 60세 이상(66.7%)과 20대(57.2%)였다. 

반대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37.6%,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5.8%였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던 계층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79.5%)과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층(80.1%), 진보층(70.6%), 광주·전라(57.1%), 그리고 40대(48.8%)였다.

그래프=한국사회여론연구소

리얼미터는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정계진출의 적절성을 지난 5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물었다. 이 중 48.0%가 ‘적절하다’고, 46.3%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두 응답 모두 ‘매우 적절하다’와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극단치가 32.0%와 32.8%로 많았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가 ±4.4%p인 점을 감안하면 의견은 ‘팽팽’했다.

그렇지만 눈에 띄는 점은 윤 총장의 정치참여와 관련 과거 추·윤 갈등이 끝나가던 때 국민들 과반 이상의 다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6일 KSOI가 발표한 ‘윤 총장의 정치참여 평가’ 결과에서 응답자 1013명 중 52.7%가 ‘부적절하다’고 답한 바 있다.

일련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윤석열 때리기가 이어질수록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오르는 양상”이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이 같은 경향 때문에 비판을 자제하자는 말들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더해 그는 “다만 과거와 달리 민주당 인사들이 때리지 않는다고 지지율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이전에는 추미애 전장관의 인사조치와 각종 명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주요한 원인었다면 이번엔 윤 전 총장의 발언과 시대정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차기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야권 내에서도 이 관계자의 전망과 유사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사임 직후 “윤석열은 야권의 인물”이라며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접합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5일에는 “국민호응을 많이 받는다면 윤 총장 본인도 (함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손짓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3지대에서 정치참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 총장을 향해 조언의 말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지난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아직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권 교체하는 데 큰 힘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윤 전 총장에게 많은 야권 지지자분들의 마음이 모여 있다. 결국은 야권의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윤 총장은 한동안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다만 물밑에서 정치적 행보를 위한 사전조율을 미리부터 해왔던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온다. 사퇴선언에 앞서 과거 안 대표의 보좌진이었던 인물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지금은 탈당한 김한길 전 대표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8일에는 직접적인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투기사건과 관련 “공적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나아가 “과거에는 이런 사안은 수사를 즉각 개시하지 않았는가”라면서 “선거를 의식해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여든 야든 진영과 관계없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LH 직원을 전수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자금을 따라가야 한다”고 수사 방향까지 내놓기도 했다.

한편 여론조사결과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 및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