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사람 대신 ‘로봇’ 채용…주문부터 서빙까지 점원은 ‘無’

[가봤더니] 사람 대신 ‘로봇’ 채용…주문부터 서빙까지 점원은 ‘無’

'로봇 레스토랑' 미래형 식당 가보니…2%의 부족함, 98%의 가능성

기사승인 2021-03-25 05:17:01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담당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 점원. '인간 점원'은 주로 주방일만 담당한다. / 사진=한전진 기자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면 로봇이 물과 손수건 등을 가지고 온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맛있게 드세요 ^^.”

웃음 지으며 음식을 가져온 이 점원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팔다리는 없었지만 4개의 바퀴가 달려있었고, 몸체에 음식을 넣을수 있는 3개의 쟁반이 탑재되어 있다. 손님이 있는 테이블에 다다르면 친절한 음성으로 ‘쟁반에서 음식을 내려달라’ 말을 걸어온다. 이곳에선 음식 주문을 위해 애타게 “여기요!”라고 외칠 필요도 없다. 주문과 결제 역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행된다. 주문, 결제, 서빙까지 전 과정에서 인력(人力)은 한 번도 필요치 않았다. 

‘미래형 식당’아라고 일컬어지는 이 레스토랑을 찾은 것은 이달 23일 저녁. 최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몇 차례 화제에 올랐던 곳이다. 이곳은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첫 번째 로봇식당으로 꼽힌다. 2019년 테스트 기간을 거쳐 일반 매장으로 전환됐다. 우아한형제들과 연관이 없는 일반 외식업주가 가게를 맡고 있다. 메뉴 구성과 조리, 직원‧매출 관리 등 운영 전반을 업주가 책임지고 있다.

매장에 첫 발을 들이면, 텅 빈 계산대에 반갑게 맞아주는 점원도 없어 어색함이 물씬 풍긴다. 자리에 앉으면 주문 방법이 적힌 안내지가 메뉴판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안내지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배달의민족 앱으로 연결이 되고, 메뉴를 골라 주문을 넣어 결제를 마치는 방식이다. 이후 자율주행 로봇이 물과 손수건을 가지고 테이블로 서빙을 시작한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정이 나타나고, 길을 막을 경우 멈춰서서 “지나갈게요”라는 말도 한다. 

코너를 돌아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 / 사진=한전진 기자
레일 선반위에 올린 로봇들도 음료 등을 부지런히 날랐다. / 사진=한전진 기자
사실상 사람 대신 ‘로봇’을 채용한 셈이다. 테이블을 헷갈리는 실수도 없고, 사정이 생겼다며 갑자기 일을 관둘 위험도 없다. 주말 없이 하루 몇 시간을 일해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이 로봇은 4시간을 충전 시 최대 24시간 작동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테이블을 직접 치울 수는 없지만, 식기 운반 용도로도 사용해 ‘인간 점원’들의 부담도 상당히 덜어냈다. 로봇 하나가 적어도 직원 반 명분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는 모습이었다.  

이 레스토랑의 ‘인간 점원’은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 2명가량이 전부였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봇 점원으로 기존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의 고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보완점이 많아 마케팅 목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지금. 이곳을 방문하면, 언젠가 로봇 시대가 도래하리란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홍콩과 미국 등에서는 카페와 햄버거 체인점 등에서 로봇 직원의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사장님을 애타게 찾을 필요 없이, 앱으로 주문과 결제가 이뤄진다. / 사진=한전진 기자
로봇이 서빙해 가져온 음식 / 사진=한전진 기자
물론 우아한형제들의 설명처럼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 ‘미래형 매장’에 큰 기대를 걸고 방문한다면, 작은 규모와 다소 느린 서비스에 실망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기자도 앱 결제에 실패해 점원의 힘을 빌려 카드 결제를 진행하고 말았다. 배달의민족 앱 사용자가 아니라면, 별도의 결제 수단을 등록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다. 이외에도 식사 중 추가 주문을 하거나, 식기가 필요할 경우에도 결국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 

로봇의 효율성도 매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서빙 속도가 사람처럼 빠르지 않아, 음식이 오는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로봇의 크기와 동선을 고려해 매장에 테이블을 많이 둘 수 없는 것 역시 단점으로 평가된다. 여러 코너를 돌거나, 어린아이 등을 피해야 하는 등 돌발 상황에서도 로봇 서빙은 아직까지 무리가 있어 보였다. 여기에 고가인 로봇 가격 등 여러 수지타산을 고려해보면 대중화 까진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로봇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를 지난해 310억 달러(약 37조원)에서 2024년 1220억 달러(약 146조원)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전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전문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70%(22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오는 2024년엔 약 78%를 차지할 것으로 예견됐다. 로봇이 사람의 고용을 대체하는 일이 그리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로 사용되고 있는 문구들. ''로봇의 시대가 온다'' / 사진=한전진 기자
배달의민족 로봇 매장 자율주행 기기 서빙1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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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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