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부동산 ‘당근과 채찍’ 천명했지만…

정부여당, 부동산 ‘당근과 채찍’ 천명했지만…

선거 앞두고 투기엔 ‘강경대응’, 실수요엔 ‘교제완화’ 거듭 강조
국민의당, “청와대와 민주당의 ‘악어의 눈물’에 속지 말자” 혹평

기사승인 2021-03-29 19:13:55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직접 주제하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 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여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여론전환을 위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내놨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척결을 위한 총력을, 집권여당은 입법지원과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진정성과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않는 모습이다.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직접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부동산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했다.

나아가 “경찰, 검찰,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들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각 기관별 구체적 역할도 제시하며 ▲부동산 투기사범의 색출 및 검거 ▲부동산 탈세정황 포착 및 환수 ▲불법자금의 부동산 시장유입 차단 ▲철저한 예방 방안도 언급했다.

입법적 조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지원도 이뤄진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 이익 소급환수를 위한 ‘범죄수익은닉 규제법’과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도화를 공언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의 신설을 통한 거래 투명성 확보방안 등도 약속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부동산 투기문제가 촉발된 만큼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투기이익까지 모두 환수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방안에 더해 추가적인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의지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실수요 무주택자에게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재산신고 축소논란의 핵심인 주택 실거래가 기준의 현실화와 소득기준의 적정화도 추진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은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을 위한 입법을 약속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당시 발언 장면=연합뉴스

이와 관련 홍 의장은 “대출규제 조치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꺾고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형성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듣고 판단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현실화할지는 6월 부동산 중과세 시행 등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보며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정부여당의 발표대로라면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 규모는 2배가량 늘어 1500명이 넘게 된다. 또 검찰의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 금융당국의 부동산 거래분석 전담조직 등이 편성돼 적발체계가 대폭 개편된다. 여기에 상시 투기신고에 대한 최대 10억원의 포상금 제공, 자진신고 시 처벌감경 등 민간차원의 적발 지원체계도 갖춰진다.

환수는 부당이득의 3~5배까지 강제집행 할 수 있도록 강경한 방안이 마련된다. 예방조치로는 재산등록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하고, 공직자의 부동산 신규취득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더욱 철저히 검증하고 차단하는 동시에, 공공기관의 공공성과 윤리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수립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거래분석원과 국세청·경찰의 전담기구가 설치돼 공직자 투기의혹에 대한 조사를 비롯해 시흥·세종 스마트산단 예정부지, 3기 신도시 등 투기의심지역에 대한 전수조사가 가능해진다. 향후 공공개발 사업부지 선정에 앞서 대상지역 부동산 소유 및 거래관계를 사전에 조사하고, 공직자가 합당한 이유 없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는 체계도 확립될 전망이다.

일련의 조치와 관련 정 총리는 “이번 LH 사건을 계기로 공정과 정의의 근간을 흔드는 부동산 부패를 발본색원하고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변곡점이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힘을 모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 앞서 참석인원들과 함께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야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정부발표 후 논평을 통해 “이제와 원점으로 되돌아가 새로 시작해보겠다며 애걸하는 모양새가 영 낯설기만 하다”면서 “소 잃어버린 뒤 다 허물어진 외양간 고치겠노라 설치는 주인에게 더 이상 소를 맡길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같은 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광견에 몽둥이가 약이듯 청와대와 민주당에는 선거가 약인 듯하다”면서 “전임 시장의 성추행 비위에도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당당하게 후보를 내더니, 열흘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의 정체된 지지율 앞에서는 소신도 양심도 없이 백기투항하며 국민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라고 혹평했다. 

심지어 여당이 제안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규정하며 “이도저도 아니라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덧붙여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오각성을 포함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진정어린 사과,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어 “그간 문재인 정권이 추진해온 잘못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도 꿈쩍 않더니 선거의 유불리에 의해 갑자기 잘못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너무나 비상식적인 행태”라며 “이는 민심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악어의 눈물일 뿐,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술이다. (국민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악어의 눈물’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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