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항상 이러한 계약이 성사되지만은 않습니다. 투자 받은 기업들이 FI가 제시한 조건을 어기는 경우도 왕왕 있기에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알경(알기쉬운경제)에서는 기업 투자 계약 시 자주 거론되는 용어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사례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 ‘양날의 칼’ 드래그얼롱 조항, 두산인프라 분쟁 사례
드래그얼롱 조항은 M&A(인수합병) 혹은 IB(투자금융)업계에서 종종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드래그-얼롱이란 동반매각요청권을 뜻하는 조항으로 FI 투자 혹은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할 시 대부분 반영됩니다.
드래그얼롱은 FI 혹은 소수 지분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의 전부 혹은 일부를 끌어와(Drag) 한꺼번에 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뜻합니다. 즉 소수 지분을 가진 투자자(혹은 FI) 자신이 제3자에게 보유지분을 매각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주주들 역시 동일한 조건으로 강제로 매각에 참여하게끔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대주주 입장에서 본다면 드래그얼롱 조항은 달갑지 만은 않습니다. 만약 드래그얼롱 조항이 발효될 경우 본인이 소유한 기업의 경영권이 상실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죠. 때문에 비상장기업의 경우 IPO(기업공개)를 통해 FI가 엑시트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쿠팡의 뉴욕시장 상장도 자금조달 목적도 있지만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맺은 드래그얼롱 계약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고 리스크 대비를 위해 드래그얼롱 계약을 맺었습니다. 결국 쿠팡은 미국 시장 상장에 성공적으로 해내면서 소프트뱅크의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드래그얼롱 조항과 관련해 기업과 투자자와 분쟁도 발생합니다. 드래그얼롱 조항과 관련 대표적인 분쟁 사례는 두산인프라코어 측과 FI와 대립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매각 실패를 둘러싼 두산인프라코어와 FI 간 법정소송은 드래그얼롱 조항과 관련한 국내 첫 소송(대법원 판결)이기도 합니다.
DICC 투자자(미래에셋자산운용PE, IMM PE, 하나금융투자PE)는 지난 2015년 말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DICC 투자원금과 이자 15%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FI들은 지난 2011년 기업공개(IPO) 등을 조건으로 중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드래그얼롱 조항을 삽입했습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DICC의 IPO가 실패하자 FI 측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드래그얼롱 행사를 결정했습니다. 이어 FI 측은 원매자들에게 보여줄 자료를 만들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에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FI 측과 두산인프라코어 간 분쟁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현재 일단락됐습니다. 대법원은 “협조 의무를 어긴 것만으로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둔 것이죠.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대법원의 판단이 자칫 향후 투자자 옵션 계약 조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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