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 이모저모… 그대로인 그러나 달라진 선거풍토

재·보궐선거 이모저모… 그대로인 그러나 달라진 선거풍토

승리자신에 네거티브 난무… ‘프레임’ 전쟁에 유권자들, ‘편승’하면서도 ‘냉철함’ 보여

기사승인 2021-04-06 17:58:18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유세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유세기간 후보와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단, 후보가 소속된 정당들의 언행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유세 막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과거의 모습을 탈피해가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박영선·김영춘 시장후보들은 유세의 대부분을 상대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셀프보상’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을 ‘거짓말’로 규정하며 비난으로 채웠다. TV토론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공개발언도 기승전 ‘내곡동’이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향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민간인 사찰문제부터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등을 잇따라 거론했다. 정국을 흔들고 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더해지며 여당에게 겨눠진 화살을 나누려는 시도다.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과 오세훈·박형준 후보는 박영선·김영춘이라는 인물보다는 민주당을 저격하는 언행을 쏟아냈다. 이번 4·7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원죄인 ‘성추행’ 사건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약속 뒤집기를 부각하는 식이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유세차에 올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책’으로 규정하고 ‘내로남불’ 등 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하는 국민적 불만을 자극하는 발언들도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나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 등의 부동산 투기의혹 등을 부각하며 이번 선거의 성격을 ‘정권 심판론’으로 못 박기도 했다.

문제는 이른바 ‘프레임’ 혹은 ‘좌표 찍기’라는 선거전략이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주요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일과 3일 사전투표현장에서 만난 십여명의 유권자들은 투표취지를 묻는 질문에 정당들의 의도에 영향을 받은 듯한 발언들로 답하는 비중이 높았다.

성북구에 살고 있다는 34세 남성은 “일단 더불어민주당이 잘 못하니까 다른 당이 돼야하는데 그 중에 힘이 제일 쎈 곳이 국민의힘이다보니 오세훈을 찍었다”고 했다. 이어 “현 정권에 대한 따끔한 충고”라고 덧붙였다. 정권심판론이다.

반대로 마포에 거주한다는 40대 남성은 “후보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당 자체의 정책을 보고 뽑았다. 또 상대방(국민의힘)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며 박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40대 여성은 “오세훈 후보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해 안 뽑았다”고 답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박영선 후보 캠프 제공

그럼에도 과거와 달리 유권자들의 선택은 보다 주도적이었고 판단은 냉철한 이성에 기반했다. ‘거짓말쟁이’ 또는 ‘정권심판론’이라는 여야 정당들의 프레임과 같은 답변을 하면서도 “1년 짜리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라거나 “박원순도 잘했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 “민주당 후보는 적어도 도덕적으로 솔직하다”는 등의 판단근거를 제시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이나 되니까 LH와 같은 비리들이 들춰낸 것이다.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한다”며 “공약은 5년을 보겠지만 어쨌든 1년 짜리 시장인데다 선거를 앞두고 몇 개월 뚝딱 만들었을텐데 판단하고 기대할게 있냐. 오히려 적폐 청산하라며 정권을 밀어줬던 처음 결심대로 좀 진득하게 힘을 보태줘야한다”는 자신의 판단기준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이도 있었다.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는 한 50대 여성 또한 “후보가 다 거기서 거기다보니 과거에 시장을 한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면서 “공약이야 역대 어느 선출자도 한다고 말하고 지킨 사람이 없었으니 안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똑똑하고 중요한 결정 앞에 시민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정당의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은 답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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