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1년여 앞두며 이뤄진 ‘2차 중간평가’에서 국민들이 매긴 정부여당의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이에 2022년 3월9일로 예정된 20대 대통령 선거에 앞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8일 발표한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주춧돌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량급 정치인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을 내세웠음에도 대한민국 제1·2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수장자리를 큰 표 차로 모두 잃었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도 울산남구 등 총 19석을 두고 치러진 선거에서 앞서 확보했던 10개 기초·지방자치 단체장 및 의회의원직 중 3곳을 지키는데 그쳤다. 새롭게 자리를 확보한 전라북도 김제시 나선거구까지 포함해도 4석을 확보해 3분의 1만을 유지하게 됐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57.50%의 지지를 얻으며 39.18%인 박 전 장관을 18.32%p 차로 이겼다. 부산에서는 박형준 후보가 62.67%로 34.42%를 확보한 김 전 사무총장을 2배 가까운 득표율차로 압도했다. 여타 선거구도 표차가 적지 않았다.
사실상 야당의 압승이다. 이 같은 투표결과를 두고 여·야는 ‘국민의 분노 표출’이라는 동일한 해석을 내놨다. 받아들이는 강도만 ‘회초리’냐 ‘철퇴’냐로 나뉠 뿐이었다. 민주당은 ‘회초리’로 인식했다.
이낙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크게 부족했다”며 “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세기고 반성하며 혁신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도 “민주당의 부족함으로 큰 실망을 안겼다”면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과 쇄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국민들이 잘하라는 의미에서 휘두른 따끔한 회초리로 받아들여 국민의 삶을 우선적으로 살피고 나라를 걱정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미다. 그 일환으로 당 지도부는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자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총사퇴를 포함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반대로 야당은 여당을 벌한 철퇴로 받아들였다. 일례로 배준영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투표결과가 발표된 후 논평을 통해 “오늘 나타난 표심은 현 정권과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며 “어깨가 더 무겁다”는 등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인은 당선소감을 전하는 자리에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는 우리가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그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우리를 향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어려운 여건이지만 협치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역시 당선소감에서 “엄중한 시기에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신 것은 지금 산적한 과제를 능수능란하고 빠르게 해결해 고통 속 시민들을 구하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책임의 무게를 엄중히 느끼며 기대에 부응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야당의 두 시장 당선인이 약속한 변화는 여러 곳에서 다양하고 강도 높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2·4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수도권 주택공급 방향에 변화가 예상된다. 오 당선인이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배치되거나 방향을 바꾸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양상으로 인해 바뀔 정국의 세력판도와 권력의 이동도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앞서 총사퇴를 거론했던 것처럼 민주당이 쇄신과 재도약, 이를 바탕으로 한 신뢰회복을 위한 대대적 변화가 내포됐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정권 유지를 이뤄내기 위해 경우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도 공공연히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인적·물적 쇄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범위를 넓혀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의 개각 및 구성원 변화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우에 따라 당 내부에서의 치열한 갈등양상이 벌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으로 불리는 당내 핵심세력의 주도력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심을 흔들고 있는 부동산 문제해결부터 정권에 대한 신뢰회복도 필요한 상황이다.
야당도 여당보다는 여유가 있지만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비대위 체제의 종식과 함께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완성하기 위한 절차를 앞두고 있는데다, 당내 갈등요소의 제거 또는 흡수, 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이어갈 대권주자의 선출, 국민의당과의 합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 중도로의 외현확장과 내부혁신 등 당면과제가 수두룩하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권을 겨냥한 당내 주도권 다툼부터 새로운 대권주자의 등장이나 기존 대권주자의 낙마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변화와 갈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부동산 대책은 물론 방역대책 등 다양한 차원에서 서울과 부산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서울과 부산에서 두 자릿수의 큰 격차가 벌어진 만큼 사람부터 정책, 제도까지 싹 바꿔야한다는 기류가 안팎으로 흐를 것”이라며 “정계개편의 바람이 강하게 불며 예측이 어려울 만큼 복잡한 정국의 대격변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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