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graphene)은 ‘그라파이트(graphite, 흑연)’라 불리는 숯에서 탄소원자 1개층을 분리해낸 2차원 물질이다. 이 물질은 이론적으로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열,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며 숯의 특성상 항균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4년 영국 연구팀에 의해 그래핀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래핀 섬유는 그래핀을 섬유 공정에 주입시켜 원사로 생산한다. 지금까지 고순도 그래핀 섬유는 연구 단계에서만 가능했다. 탄소 결합체인 그래핀은 분산성이 좋지 않아 PET(폴리에스터) 폴리머와 합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휴비스 측은 지금껏 상업화된 그래핀 섬유는 대부분 그래핀 함량이 기준 미달이거나 섬유에 그래핀 물질을 코팅하는 방식이어서 진정한 그래핀 섬유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그래핀 섬유가 블랙 또는 회색인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휴비스가 국내에서 그래핀 섬유 양산에 돌입하는 것은 서울대학교 벤처의 기술 개발과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업체 네오엔프라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휴비스에 따르면 흑연에서 그래핀을 떼어내는 방식은 쓰임에 따라 다르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스마트나노 벤처가 초입자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화학과 출신 박사들이 주축이 된 스마트나노 연구팀은 2018년 싱글레이어의 고순도 그래핀 원료 개발에 성공했고, 2019년 기존 파우더 방식이 아닌 액상 형태의 그래핀 원료를 개발했다.
이어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업체 네오엔프라는 스마트나노의 그래핀을 공급받아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배치를 개발했다. 네오엔프라는 자체 개발한 MEPPS(Mechanical Engineering & Polymer Processing System)라는 이종(異種)의 물질을 결합하는 원천기술을 통해 그래핀과 PET 폴리머의 안정적인 결합을 성공시켰다.
휴비스는 지난해 3월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배치를 개발한 네오엔프라는 그래핀 섬유를 생산하는 파일럿 수준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핀의 순도를 높이는 7차례의 테스트 후 양사는 고순도의 그래핀 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휴비스는 “흑연에서 1개층을 분리한 싱글레이어 그래핀은 초고가로 1층만으로는 섬유로 양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휴비스는 1~5개층 정도로 분리된 그래핀을 첨가해 양산 가능한 그래핀 섬유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고순도의 그래핀을 사용해 화이트 칼라의 원사로 생산 가능하며 우수한 염색성으로 다양한 칼라의 원단으로 생산 가능하다.
이에 따라 휴비스와 네오엔프라는 올해 3월 그래핀 섬유의 안정적인 양산과 다양한 차별화 제품 전개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MOU를 통해 휴비스는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배치를 향후 5년간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양사는 향후 그래핀 원사 확대를 위해 국내외 공동 프로모션과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휴비스는 “그래핀 섬유는 특수한 가공 없이도 항균‧항곰팡이‧항바이러스, 원적외선 방출, 정전기 방지 기능 등이 반영구적으로 발현되어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면서 “항균 테스트의 경우 세탁 전과 세탁 후 모두 황색포도상구균과 페렴균의 사멸율이 99.9%로 높은 항균성을 나타냈다. 항바이러스의 경우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 감소율이 99.85%로 확인됐고 자외선 차단율 및 원적외선 방사율 또한 기준치를 넘어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그래핀 섬유 개발은 초기 단계다. 양사는 현재 현재 개발된 그래핀 섬유 특징을 활용해 기능성 의류, 의료용, 침구류, 마스크 등으로 시생산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휴비스와 네오엔프라는 그래핀 함량을 높여 반도체 공정 등에서 특수작업복으로 사용 가능한 도전사(導電絲)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휴비스 신유동 사장은 “지금까지 연구소에서만 가능했던 그래핀 섬유를 이제 운동복으로 캐주얼 의류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면서 “휴비스는 사람들의 안전과 보건 그리고 환경(SHE, Safety/ Health/Environment)을 생각하는 소재 개발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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