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자율주행을 바탕으로 하는 전기차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대중화 단계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또다시 발생한 테슬라 자율주행 사고
이달 초 미국 휴스턴 북부에서 운전자 없이 자율운행 중이던 테슬라 자동차가 나무와 충돌해 남성 2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S(2019년형)가 고속주행 중 커브길에서 제어에 실패해 도로를 벗어나 나무에 부딪혀 당시 탑승자 두명이 숨졌다. 사고를 수습한 경찰은 “불이 꺼진 뒤 탑승자 2명 중 1명은 차량 앞 조수석에서, 다른 1명은 뒷좌석에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즉 자율주행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시킨 테슬라 차량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자율주행 중인 테슬라 차량이 주차 중이던 경찰 순찰차와 충돌했고, 테슬라 차가 화물차 밑으로 끼어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했으나 레벨2에 머물고 있다. 즉 완전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상황에 대응이 필요한 반(半) 자율주행 기능이다. 테슬라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할 때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대를 잡는 등 적극적인 제어가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 웨이모 CEO 사퇴, 십수년 자율주행 투자했으나 지지부진한 단계
구글(알파벳)의 자회사이자 자율주행 전문기업 웨이모의 CEO(최고경영자) 존 크래프칙이 최근 자진 사퇴했다. 투자 대비 자율주행 상용화가 더딘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존 크래프칙 웨이모 CEO가 사퇴 전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CEO직에서 물러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투자은행(IB)에서 평가하는 웨이모의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 이하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2018년 웨이모의 기업가치를 약 1750억달로 책정했으나 3년이 지난 이후 약 3분의 1로 평가액이 떨어졌다.
현재 웨이모는 자율주행 레벨에서 가장 높은 4단계(운전자가 있는 자율주행 방식)에 있지만 여전히 대중적인 상용화는 지지부진하다. 자율주행 기능으로 탑재된 라이다 역시 가격 논쟁과 디자인 문제 등으로 난관에 빠진 상황이다. 오히려 라이다가 아닌 데이터를 통한 딥러닝 방식과 레이다를 택한 테슬라의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완전 자율주행을 통한 상용화라는 목표 달성은 아직까지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웨이모는 테슬라 보다 자율주행 레벨이 높지만 안전성을 이유로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차 출시를 미뤄왔다.
자율주행은 4차산업혁명에 맞춰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고 평가받는다. 테슬라가 실적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를 받는 것도 자율주행 기능을 통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이다. ‘아이폰’으로 세계를 석권한 애플 조차 자율주행 자동차(일명 애플카)를 개발 중이라고 선언했다. 그만큼 폭발적인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모바일 혁명은 부의 창출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으며,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부자들을 탄생시켰다”며 “이제는 금융·전자·에너지·물류·건설·인프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관념과 생활양식을 다시한번 송두리째 바꿀 미래 자동차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6월 ‘국토교통 중소·벤처기업 지원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스마트건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10대 분야에서 10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디지털뉴딜 조성을 위해 전국 주요 도로에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구축할 방침이라 밝혔다.
다만 인프라 구축과 안전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부 국가들이 자율주행 운행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만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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