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노인성 안질환은 50~60대가 넘어야 발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활동을 왕성히 하는 40대에서도 백내장, 녹내장 및 황반변성과 같은 노인성 안질환 환자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2020년 백내장, 녹내장 및 황반변성 등 3대 노인성 안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40대 환자 수는 11만 1686명으로 2010년(4만 1960명) 대비 약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백내장은 1만 2368명에서 1만 9562명으로, 녹내장은 2만 1427명에서 7만 8299명으로, 황반변성은 8165명에서 1만 3825명으로 각각 58.2%, 265.4%, 69.3% 씩 증가했다.
최근 40대에서 노인성 질환이 증가하는 이유는 실제 질병의 발병 정도가 증가하는 것과 조기발견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고도근시 환자의 증가에 따라 젊은 녹내장, 황반변성 등의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증상이 없는 초기 환자들의 조기발견 증가로 인해 질병 이환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백내장의 경우, 예전과 달라진 생활습관으로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전신적인 약제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젊은 백내장 환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식습관의 서구화와 디지털 영상기기 사용량 급증과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젊은 황반변성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젊은 녹내장 환자 수는 식습관 및 운동 부족으로 인한 성인병의 증가로 인해 그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40대부터 서서히 진행하는 노안이 오면 노인성 안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노안 증상을 의심하고도 실제 진료를 받아본 사람은 40대가 전 연령대 중에 가장 적어 40대의 눈 건강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김안과병원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화에 따른 눈 건강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노안 증상을 의심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 733명이었고 이 중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안과 진료를 받았다는 응답자는 44.5%를 차지했다. 그러나 40대는 74.6%의 응답자들이 노안임을 의심했음에도 이 가운데 실제 안과 검진을 받은 사람은 24.3%에 그쳐 20, 30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20대, 30대, 50대, 60대 이상 중 안과 진료를 받은 비율은 각각 50.0%, 28.6%, 47.1%, 65.1%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은 노화로 인해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50~60대 이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질환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전체적인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근거리 시력이 저하되고, 사물이 겹쳐서 보이는 복시 현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3대 실명질환 중 하나이기도 한 녹내장은 만성 진행형 시신경질환으로, 완치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악화하는 질환이다. 높은 안압에 따른 시신경 손상으로 발생하며, 고도근시, 가족력,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노화로 인해 시신경이 약해진 고령의 환자들에게서 주로 발병하지만,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정식 명칭이 ‘나이 관련 황반변성’인 만큼, 노화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안질환이다. 노화에 의해 안구 안쪽에 가장 얇은 신경막인 황반 부위에 신경세포들이 변성을 일으켜 생기는 이상조직으로 발생하며, 주요 증상은 시력저하와 함께 물체가 휘어져 보이거나 변형되어 보이게 된다. 50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높지만 다른 노인성 안질환과 마찬가지로 발병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정종진 전문의는 “노안 증상을 보이는 것은 말 그대로 눈이 노화되었다는 증거로 그만큼 나이 관련 안질환의 발병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40대의 노인성 안질환이 증가 추이를 보이는 만큼, 노안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기지 말고 소중한 눈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안과를 찾아 현재 본인의 눈 상태를 점검해 보는 인식이 정착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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