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될 만한 스타트업이요? 비전과 실행력 모두 갖춰야죠."
지난 29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한강 노들섬에서 진행한 16기 데모데이 현장. 벤처캐피탈(VC) 업계에 종사하는 라비 벨라니 알케미스트 매니징 디렉터는 성공할 만한 원대한 꿈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스파크랩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액셀러레이터와 초기 투자의 미래' 전문가 강연을 온라인 화상 미팅과 동시에 실시했다. 미팅에서는 배스핀글로벌 CEO이자 스파크랩 공동대표인 이한주 대표 진행으로 라비 벨라니 알케미스트 매니징 디렉터, 패트릭 라일리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GAN) CEO,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가 화상으로 함께 참여했다.
"원대한 비전에 실행력 있어야 성공" 이구동성
벨라니 디렉터는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실패할 가능성보다는 얼마만큼 크게 성공할 수 있을지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성공할 만한 사람들은 비전도 크면서 다음 3단계를 전술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실행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했던 양자 컴퓨팅 회사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양자 컴퓨팅을 새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으로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그는 "펀딩을 했던 이유는 향후 18개월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화성 탐사를 하겠다는 일론 머스크도 엄청난 결과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여러 계획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비전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라고 꼽았다. 그는 "엄청난 비전이 조금 더 일반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어떻게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는지 계획이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라니 디렉터는 "대부분의 VC는 그런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지 못한다"라며 "모든 것을 다 검증하려 한다면 아마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며 "좀 더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결정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트릭 라일리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네트워크(GAN) CEO도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사람들"이라며 "라비가 말했듯이 광기, 아주 미친,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행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VC로서는 스타트업이 원대한 비전을 가지면서 제품, 그리고 어떤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지, 앞으로 1년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도 이에 가세했다.이 대표는 "비즈니스의 성공 가능성은 있는데 VC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광기가 있는 비전을 갖지 못하는 경우"라며 "펀딩 기한까지 뭘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볼 때 어떤 대답이 나오느냐에 따라 허황된 꿈이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레이지 빅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은 뭐냐면,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나쁜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투자자로서 위험부담을 갖고 하기 때문에 이왕 할 거면 엄청나게 대박날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정말로 리스키하고 금융기관에서 투자가 안 되는 곳에 투자를 해야 것"이라고 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한국의 사례도 들었다. 이 대표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덜 크레이지하지만, 점점 더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 7~8년 전과 비교해 더 도전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타이밍'
그렇다면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엑셀러레이터들의 답은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찾을 수 없지만, 실패하는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였다. 그럼에도 하나 꼽자면, 타이밍이었다.
라일리 CEO는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경우 66%는 소프트파워 문제"라며 "설립자들끼리 서로 의견일치가 안 되거나 번아웃된 경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설립자들이 계속 살아남아야 하고, 계속 일을 잘 해줘야지 이 다이내믹이 유지가 되고 설립자들이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공하는 요인 중 하나로 시장에서 점유율을 어떻게 확보하는지를 꼽았다. 그는 "엑셀러레이터로서 저희의 역할은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고 시장을 확보하도록 해 주는 것"이라며 "투자한 것에 대해 수익이 10배, 100배 되어야 하는데 시장이 규모가 웬만큼 커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라니 디렉터는 언제 시장에 들어가는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벨라니 디렉터는 "한 연구에서 살펴본 바로는 그레이트 컴퍼니의 공통점은 '결국 어느 시점에 시장에 들어가는지, 마켓 타이밍이었다"고 언급하고 "그 승자들을 살펴봤을 때 언제 제품을 시판했는가 타이밍이 가장 중요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에어비엔비의 사례를 언급했다. 에어비엔비는 경기 침체 시기에 런칭했다. 주택 소유자들이 자기 방을 남에게 빌려주며 돈을 벌었던 시점과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장의 신호를 우리가 잘 감지해야 한다"라며 "그리고 빨리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한주 대표도 "성공적인 기업의 공통점은 마켓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실행력이 빠른 것"이라며 "느리면 죽는다, 그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서도 언급이 나왔다. 특히 대체불가토큰(NFT)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벨라니는 "가상화폐뿐 아니라 블록체인도 주류화되고 있다"며 "NFT 스택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올라가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라일리 CEO는 블록체인 업계라고 다 같은 업체들은 아니라고 일침했다. 라일리는 "회사들 일부는 블록체인을 쓰고 있다고 강조하는데, 활용을 한다는 것 자체로 훌륭한 회사가 될 수는 없고 이걸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주 대표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기존의 기업들도 블록체인을 많이 활용하고 있고, 가상화폐가 핫해지면서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VC업계에 끼친 영향도 다뤄졌다. 라일리 CEO는 "VC측면에서 비대면 화상 인터뷰는 더 빨리 진행할 수 있고, 더 많은 후보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직접 만날 수 없어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리고, 콜을 더 많이 해야 해 결국 시간을 더 오래 들여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벨라니 디렉터는 "비대면으로 딜을 하지만, 규모가 더 큰 딜일 경우 대면을 선호한다"라며 "다만 비대면은 키나 체격 등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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