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단순 우울증(주요 우울증)인 줄 알았던 환자가 알고 보면 조증과 우울증을 번갈아 겪는 양극성장애(조울병)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양극성장애는 외적 자극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우울증과 조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기분이 과하게 들뜨고 고양되는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조증일 때 과소비, 과대망상, 허황된 약속 등 과잉행동을 보이다 우울증으로 넘어가면 심한 무력감과 의욕상실, 과수면, 과식 및 폭식, 자해기도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큰 질환이다.
문제는 숨은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은 0.6%~ 2.5%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진료를 받는 환자는 적은 편이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양극성장애 진료환자는 11만1851명으로 전체 인구의 0.2% 수준에 그친다.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원명 교수는 “양극성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역동적인 문화적 특성으로 경조증이나 심하지 않은 조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유병률이 적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평소 조용하던 친구가 이유없이 갑자기 한 턱 쏜다거나, 뜬금없이 새벽에 전화를 건다면 경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서는 이런 행동들이 어느 정도는 일상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어서 조증이나 경조증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양극성장애는 꾸준한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박 교수는 “양극성장애는 약물로써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다만 일반 우울증과는 치료방법이 매우 다르고, 경과와 예후에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가들에게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고 약물을 잘 유지하면 이러한 삽화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주요우울장애를 진단받은 소아청소년의 가족 중에 기분장애를 지닌 사람이 있는 경우, 항우울제 복용 뒤 경조증삽화가 나타난 경우, 우울증삽화의 발병이 빠르게 나타난 경우, 그리고 정신증과 정신운동지체가 수반된 경우에 우울증에서 조증으로 전환될 위험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우울증에서는 주로 불안하고 초조한 증상인 반면 양극성장애에서 우울증은 상대적으로 처지고 가라앉는 증상이 강하다. 젊은 층에서 다소 처지는 경향의 우울증이 나타날 때에는 양극성장애를 염두에 두고 경조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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