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라이엇 게임즈의 글로벌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156번째 신규 챔피언 ‘아크샨’의 정보가 공개된 후 이용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크샨’의 ‘광역 부활기’가 게임 내 밸런스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빛의 감시자’ 이벤트와 맞물려 신규 챔피언 아크샨을 오는 23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크샨은 룬테라 세계관을 암흑으로 물들이려는 몰락한 왕, ‘비에고’에 맞서 싸우는 빛의 감시자 단원으로서 ‘루시안’, ‘세나’ 등과 함께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이 아크샨 출시 소식에 환영보단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스킬 구성 때문이다. 기존 챔피언들의 스킬 특성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개성 없는 스킬 구성도 문제이지만, 특히 조건에 따라 전사한 아군을 즉시 부활시키는 ‘악당 처단(W)’ 스킬이 뭇매를 맞고 있다.
공개된 스킬 설명에 다르면 ‘악당 처단’은 아군을 처치한 상대 머리 위에 악당 표식을 새긴다. 악당의 사망 전 3초 내에 피해를 입힐 경우 100골드를 추가로 얻고, 해당 적에게 처치된 아군을 부활시킨다. 예를 들어 악당에게 처치 당해 부활까지 30여 초가 소요되는 아군이 있다면, 아크샨의 ‘악당 처단’이 발동되면 부활 시간이 초기화되고 우물에서 즉시 부활한다.
이용자들은 기존 챔피언들의 부활 스킬의 경우 본인 또는 아군 중 한 명을 대상으로 했다면, 아크샨의 능력은 아군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게임 밸런스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아크샨이 악당을 직접 처치하지 않더라도, 처치에 관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발동 조건 자체도 까다롭지 않은 것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아크샨의 등장으로 프로 리그 생태계가 대격변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챔피언의 부활 시간이 길어지는데, 아크샨의 활약으로 챔피언들이 단체 부활하게 된다면 대역전으로 이어지는 그림이 빈번히 나올 수 있다. 혹자는 5명의 챔피언 모두가 공간 이동이 가능한 소환사주문 ‘텔레포트’를 들고 경기에 임하는 그림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물에서 부활한 즉시 전장으로 복귀해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크샨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 또한 부정적이다.
국민일보의 윤민섭 기자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위클리뉴스피드’에 출연해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통일성 없이 기사에 넣으면 못 쓴 기사라고들 한다. 나는 아크샨이 그런 챔피언 같다. 협곡 밸런스를 파괴시킬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우려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전 프로게이머 ‘고릴라’ 강범현 역시 “선수들은 데스 타임까지 계산을 한다. 이건 그런 패러다임 자체를 깨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출시한 챔피언들 중에 이전과 같은 개성을 가진 챔피언들을 보기 힘들어졌다”며 “낯익은 스킬들을 구성만 살짝 바꾸거나 아무렇게나 조합시켜 과도한 OP(Over Power) 챔피언들을 양산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펠리오스, 사미라, 비에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크샨은 정말 선을 넘었다. 스킬 하나하나가 전부 기존 챔피언을 연상시켜 개성도 없고 광역 부활기는 게임 근간을 흔들 정도의 능력”이라며 “챔피언 출시 주기가 길어져도 좋으니 제대로 된 챔피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라이엇 게임즈는 아크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챔피언 프로듀서 라이언 머랄레스는 지난 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아크샨은 암살자와 비슷하다. 게임 초반에 잘하지 않으면 중후반으로 갈수록 쓸모없어진다”며 “부활 역시 카운터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아크샨이 아군을 부활시키려면 아군이나 적을 공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는 자신의 팀을 보호하거나, 아크샨을 먼저 죽이는 식으로 받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테스트 결과나 밸런스에 대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출시된 뒤 이용자 분들이나 프로팀에서 활용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출시 후 너무 약하거나 강하면 조정을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내놓은 챔피언들은 본 서버에 출시된 뒤 강력한 성능으로 혼란을 빚다가, 이내 단계적인 성능 하향을 받는 일을 반복했다. 이러한 불필요한 과정을 막기 위해 챔피언의 성능을 PBE 서버에서 미리 다듬은 뒤 본 서버에 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머랄레스는 “PBE서버는 밸런스 테스트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새로운 스킨 등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서버를 이용하는 이용자도 많고, 규모가 작아 경쟁적 게임을 하기 어렵다”며 “PBE는 소위 버그나 시각적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데 활용된다. 우리와 이용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정식 출시한 뒤 조정하는 상황이 많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시 전에 신규 챔피언에 대한 전망을 정확히 내리긴 어렵다. 프로 선수들의 예측이 빗나갈 때도 있다. 정식 서버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는 무엇이 OP고, 약한 부분인지 판단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크샨의 등장으로, 아크샨의 디자이너인 ‘재그’의 지난 작품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재그는 ‘루시안’, ‘카밀’, ‘카이사’, ‘아트록스’, ‘세라핀’ 등의 제작 및 리워크에 참여한 디자이너다. 하지만 언급된 대부분의 챔피언들이 출시 직후 OP로 분류 돼 지속적인 성능 하향 업데이트를 받는 등 밸런스 및 독창성 문제로 꾸준히 비판 받았다. 2015년 게임 생태계를 큰 혼란에 빠트렸던 ‘룬 글레이브’라는 아이템 역시 재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재그는 이번 아크샨 출시를 마지막으로 챔피언 디자인에서 손을 떼고, 밸런스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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