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 스무 살의 나이에 불과한, 어린 세 선수가 T1을 바꾸고 있다.
T1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담원 기아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T1은 7승(5패)째를 거두며 담원 기아와 승패를 나란히 했으나 득실에서 밀려 리그 4위 자리를 지켰다.
감독‧코치 교체라는 내홍을 겪은 팀이라곤 믿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T1은 15일 KT 롤스터전을 앞두고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를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올해 T1의 코치진으로 부임한 이래 이들이 10인 로스터, 선수간의 무리한 경쟁 등으로 우려를 샀다곤 하지만, 서머 시즌을 8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감독‧코치진을 교체한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T1 선수단은 평정을 유지했다. 깔끔한 경기력을 앞세워 KT를 2대 0으로 완파하더니 이날은 결국 ‘천적’ 담원 기아도 잇따라 격파하며 리그를 발칵 뒤집었다. T1은 그간 담원 기아전에서 7연패를 당할 정도로 담원 기아의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이전과 비교해 경기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여태껏 T1은 다소 수동적이었고, 호흡도 잘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2경기에선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소규모 교전에 이르기까지 줄곧 호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라인전 지표는 최상위권이지만, 이를 승리 공식으로 풀어나가지 못했던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T1의 깜짝 상승세의 중심에는 ‘02년생 트리오’가 있다. ‘케리아’ 류민석, ‘오너’ 문현준, ‘구마유시’ 이민형 등 2002년생의 어린 선수들은 물러섬 없는 과감함으로 팀의 색깔을 바꿔 놨다.
KT전부터 ‘커즈’ 문우찬을 대신해 정글러로 나선 문현준은 피지컬을 앞세운 라인 개입 능력으로 T1의 초반 분위기에 힘을 실어줬다. 류민석은 동갑 이민형과의 호흡을 자랑하며 상대를 라인전에서부터 박살내고 있다. 이날 3세트 류민석과 이민형 듀오는 담원 기아의 ‘고스트’ 장용준, ‘베릴’ 조건희 듀오에게 연달아 솔로킬을 따내며 경기를 일찌감치 터뜨렸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스타더스트’ 손석희 감독 대행은 02년생 트리오에 대해 “어린 친구들이 힘을 많이 낸다. 혈기왕성하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개인 기량이나 배우는 속도, 메타에 대한 이해, 연습량 모두 뛰어나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페이커’ 이상혁, ‘테디’ 박진성 등 베테랑을 보유했음에도 신인들과의 조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T1은, 02년생 트리오의 합류를 통해 비로소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제는 본격적인 상위권 경쟁에 발을 들여 놓은 T1이다. T1의 여름이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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