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 화나라고 하는 겁니다.”
‘인성질’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겐 기념비적인 문장이다. 인성질은 각종 게임에서 상대를 도발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들을 일컫는 말이다. 서구권에서는 나쁜 매너(Bad Manners)로 불린다.
인성질은 게임 플레이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요소다. 각자 게임을 즐기는 목적이 달라, 상대 게이머를 골탕 먹이고 화나게 만드는 데서 게임의 재미를 찾는 이용자도 있기 때문이다.
◇ 아유, 정~말 감사합니다
대개 게이머들은 인성질이라는 단어의 기원을 블리자드의 카드게임 ‘하스스톤’에서 찾는다.
하스스톤에서는 서로 대화가 불가능한 대신, 감정 표현으로 6가지 형태(감사‧칭찬‧인사‧이런!‧위협)의 대사를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위협’ 표현만이 도발 대사에 가깝겠지만 상황이나 뉘앙스에 따라 ‘감사’ 표현이 도발로 둔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승리가 확실해질 때 ‘실수해 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감사’ 표현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 분야에서는 ‘안두인 린’이라는 영웅이 가장 유명한데, 더빙된 대사 하나하나가 매우 얄미운 말투를 하고 있어 6가지 형태의 감정 표현 모두가 상대를 조롱하고 도발하는 데에 사용된다.
자신의 승리가 확정정일 때 상대를 조롱하고, 실수를 비웃는 플레이들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인성 보소’라며 격분하는 게이머들이 많아졌고, 이는 결국 인성질이라는 용어로 정착됐다.
이러한 감정 표현을 이용한 인성질을 게임의 재미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게임사도 있다. 글로벌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가 대표적이다.
LoL에서는 이모티콘 형태의 감정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상대를 죽이고 엄지를 추켜세우거나 상대의 스킬을 피한 뒤 ‘메롱’을 하는 감정 표현을 띄워 상대를 놀리는 용도로 사용된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러한 감정 표현을 프로게이머들이 활약하는 e스포츠 대회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게임단 각각의 인장도 제작해 줄 정도다. 한창 서머 시즌이 진행 중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를 보다 보면, 선수들이 감정 표현을 이용해 장난을 치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 아무것도 못하죠?
행동불능에 빠진 상대를 농락하는 인성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리자드의 하이퍼 FPS(1인칭 슈팅게임) 게임 ‘오버워치’ 속 ‘메이’라는 캐릭터를 이용한 인성질이다.기본 공격에 ‘얼리기’ 특성이 있어서 상대방을 공격하면 일정 시간 상대를 얼음 속에 가둘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얼린 상대방에게 감정 표현을 넣고, 파괴시키는 패턴의 인성질이 즐겨 사용된다. 캐릭터 설정 상 메이는 평화주의적인 성격에 순진무구한 말투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설정이 인성질과 시너지를 일으켜 한 때는 ‘메이코패스(메이+싸이코패스)’라는 2차 창작물이 유행했다. 이를 인지한 블리자드는 아케이드의 모드 중 하나인 ‘메이의 눈싸움 대작전’에서 재장전 시 “이 안에는 돌멩이를 넣을 거예요”라는 대사를 넣어 ‘메이코패스’ 이미지에 힘을 싣기도 했다.
◇ 선 넘네?
다만 일부 게임에선 이러한 인성질이 비매너로 분류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보통의 격투게임에서 ‘도발’은 심각한 비매너 행위다. 대전 액션게임은 스타트 버튼 혹은 도발 버튼이 따로 있는데, 멋모르고 이를 시전하면 즉각 메시지로 욕설이 날아든다.
쓰러진 상대를 농락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시체 위에서 춤을 추거나 화면 전환 전까지 계속해서 쓰러진 상대를 공격한다면 관련 게임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ID가 구설수에 올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PS 장르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시체 위에서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행위를 할 경우 심각한 비매너 행위로 비판 받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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