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소조선업계에 따르면 수주 호황은 대형 조선업계 한정으로 중소조선사들은 여전히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인력 유출과 금융사들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거부하면서 선박 수주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박에 들어가는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정적 부담까지 지게 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RG는 조선소와 선주간 신조선 선박건조 계약을 체결할 때 필요한 보증서로 선수가 주문한 선박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대비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서는 보증이다.
배철남 한국중소조선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조선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하는데 대형 조선사에 해당하는 얘기고, 소형 조선사는 여전히 어렵다"며 "90% 이상 내수 선박 수주에 의존하는 소형 조선업계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조선사들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개인용 어선 등 내수용 선박 제조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수주 물량이 대폭 줄어 수년째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려 해도 언어, 비용, RG 발급 등에서 막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발표한 '중소 조선업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선산업 관련 중소제조업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5억2000만원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억원이 감소했다. 또한, 올해 경영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46.7%는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고, 악화 예상된다는 답변도 38%에 달했다.
중소조선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악재는 계속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수당 자체가 줄어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조선사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대형 조선소에서도 인력 유출이 심한데 하물며, 중소조선사는 오죽하겠느냐"며 "중소업체에 한해서 주 52시간제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조선업계는 국내 수주 물량이 크게 줄면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RG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또 난항을 겪고 있다. 다수의 중소조선업체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RG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후판가 상승도 어려움을 주는 요인이다. 대형 조선사들과 달리 중소조선업체들은 원자재를 개별 거래하기 때문에 후판가 변동에 민감한데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오른 후판가는 큰 부담이다. 손해를 보면서도 지난해 수주된 선박 건조를 하고 있어 의도치 않은 추가 지출이 더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제2차 조선산업위원회'에서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예상되는 수주 확대에 대비해 중소조선업계도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대·중소기업 상생을 통해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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