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 ‘테디’ 박진성이 원거리 딜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T1의 박진성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젠지e스포츠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에 진출한 T1은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진출도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박진성이었다. T1이 승리한 세트에서 모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특히 3, 4세트엔 폭발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하며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1세트 무기력한 패배 후, 박진성은 2세트에 ‘애쉬’를 꺼내들었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후반부터 궁극기 ‘마법의 수정화살(R)’을 통해 과감히 교전을 유도하며 ‘칸나’ 김창동(그웬) 등 동료들이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 주요 딜러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드는 궁극기에 젠지의 전열이 거듭 무너졌고, T1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세트 균형을 맞췄다.
감각을 끌어올린 박진성은 3세트, 협곡을 종횡무진 누비며 원거리 딜러 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징크스’를 플레이한 그는 이번에도 라인전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해냈다. 11분께 상단에서 3대 3 싸움이 열리자, 대척점에 있는 하단에서 궁극기 ‘초강력 초토화 로켓(R)’을 날려 상대에게 적중시켰다. 덕분에 T1에게 다소 불리했던 전황이 역전됐고, 2대 1 킬 교환에 성공하며 귀중한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13분께 하단 타워를 공략하던 박진성은, 이를 수성하려 든 ‘라스칼’ 김광희를 솔로킬 내며 상대 원거리 딜러와의 성장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어 무섭게 성장한 뒤에는 중요한 교전 때마다, 원거리 딜러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는 생존력과 대미지 딜링을 뽐내며 상대 진영을 초토화시켰다. 상대가 ‘백도어 공격’으로 변수를 창출하려고 들자, 몸소 나서 시야를 잡는 등 사령관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결국 T1은 51분에 달하는 장기전 끝에 값진 승리를 챙겼다.
4세트는 원거리 딜러의 로망, 그 자체였다.
‘이즈리얼’을 선택한 박진성은 무난하게 성장한 뒤, 매 교전에서 주인공이 돼 활약했다. 31분께 동료들의 연달은 실수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홀로 남아 4명을 상대해 3명을 제압했다. 35분께 장로 드래곤을 놓고 벌인 승부처에서도 포화를 퍼부으며 교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4세트 8킬 5어시스트를 올린 가운데, 박진성이 기록한 데스는 1차례에 불과했다.박진성은 ‘인간 넥서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과거 진에어 소속 시절, 그가 무너지면 팀도 무너진다는 얘기에서 비롯된 애칭이다. 박진성의 팀 내 비중과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진성은 지난해 서머 시즌을 기점으로 다소 흔들렸다. 그의 단점들이 부각됐고, 올 시즌엔 후배 ‘구마유시’ 이민형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는 등 고초도 겪었다. 하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코칭스태프를 향해 불만을 표하는 대신,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훈련에만 매진했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변화에 성공했고, 베테랑 선수임에도 한 단계 더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PO 결승 진출과 롤드컵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다시금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만난 박진성은 “딜을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평소보다 더욱 집중해서 스킬샷이 정교했던 것 같다”며 “올해는 더욱 더 간절함이 커서 열정도 뚜렷하진 것 같다. 작년 성적이 너무 안 좋았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맹활약의 배경을 전했다.
박진성은 후배를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민형이도 잘한다. 민형이가 경기를 뛰는데 불만은 전혀 없었다”며 “T1의 모든 선수들은 실력이 뛰어나다. 누가 교체출전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진성은 “우리가 해야 할 플레이를 잘한다면 충분히 우승도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며 결승전 활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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