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이차전지 소재는 대부분 국산화가 이뤄졌으나, 글로벌 점유율은 이차전지 장비와 달리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배터리 완성사의 해외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소재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배터리사들도 직접 소재 투자를 통한 공급망 확충에 힘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기업인 화유코발트와 함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첫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 저장성 양극재·전구체 공장 설립 및 증설에 28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신설 생산기지에서는 양극재·전구체를 각각 연산 3만t 규모로 생산할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착공에 돌입한다. 2023년부터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를 양산해 중국 현지 배터리 회사와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회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OCI와 함께 음극재 코딩용 피치를 생산을 확대하며 국산화 및 내재화에 나선다. OCI와의 합작사인 피앤오케미칼을 통해 연간 이차전지 소재 음극재 코팅용 피치 1만5000톤을 생산할 예정으로 총 745억원을 투입한다.
음극재 생산의 필수 소재인 코팅용 피치의 수요는 세계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음극재용 피치 제조사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국내 배터리 기업에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세계 유일의 배터리 음극재·양극재 동시 생산 기업으로 광양과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세종에는 음극재 공장을 갖추고 있다”며, “포항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 건립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 이차전지 소재 공장 건립을 통해 첫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데 이어 미국과 유럽 진출 등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소재 직접 챙기는 배터리사들...자회사 지분 투자 및 소재사 협력
배터리 제조사들도 직접 소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차전지 배터리 수요와 더불어 소재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자체적인 수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양극재,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 등 배터리 소재를 집중육성한다. 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구미공장 착공을 올해 12월 앞두고 있으며,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0년 4만톤에서 2026년 26만톤으로 7배 늘릴 예정이다. 지난 7월 LG전자로부터 분리막 사업을 인수하면서 분리막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차세대 코팅 기술과 LG전자의 생산성 극대화 기술력을 앞세워 분리막 사업을 수년 내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 7월 자회사인 에스티엠에 양극재 제조 설비 일부를 양도해 양극재의 경쟁력을 강화에 나섰다. 양극재 증설 등을 위해 에스티엠의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했으며, 에코프로비엠과 지난해 11월 양극재 제조 합작사 '에코프로이엠'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서는 주요 소재 수급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판단에 내재화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생산 자회사인 아이테크놀로지를 상장하고, 1조1300억원을 투입해 폴란드 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와 별개로 분리막 사업에 5조원을 투자해 SKIET의 분리막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14억㎡에서 2025년 40억㎡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 BTR과 합작 투자를 통해 양극재 공장을 설립한다. 양극재를 직접 생산해 배터리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늘리고, 원가 절감을 도모,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폭적으로 이차전지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사가 소재 내재화율을 높여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모든 배터리 소재를 커버할 순 없지만, 합작사 설립 또는 지분 확보를 통한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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