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SK종합화학은 지난 1일 ‘SK지오센트릭’으로 사명으로 교체하고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했다. 한화종합화학도 지난 6일 ‘한화임팩트’로 사명을 바꾸고 기술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화학기업으로 정체성을 드러냈던 기업들이 ‘화학’이란 단어를 빼면서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굴뚝산업의 이미지를 떼고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다수의 기업이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을 선언하고 친환경 행보를 펼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각국이 부가 예정인 탄소세도 문제지만, 금융권에서 기업들의 ESG 경영 평가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 신용등급 평가 등을 달리하기 시작하면서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돼 버렸다.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화학기업은 국내 제조업 중에서도 탄소 배출이 많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과거 이미지 탈피와 사업의 재편이 더욱 시급하다.
이런 추세 속에 SK종합화학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명을 ‘SK지오센트릭’으로 교체하면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세계 최대 도시 유전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1972년 국내 최초로 납사 분해시설을 가동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화학 관련 산업을 영위해온 SK종합화학은 사명뿐 아니라 사업모델 전환까지 고려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브랜드 뉴 데이’ 행사를 통해 “한국 최초 석유화학회사에서 세계 최고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반 '도시유전'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새 사명으로 'SK지오센트릭'을 채택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플라스틱을 생산해내는 화학기업에서 이제는 발생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수익사업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순환경제 체계 구축하겠단 포부로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차세대 재활용 기술 확보 ▲재활용 클러스터 구축 ▲3R 솔루션 개발 ▲친환경 소재 확대 및 친환경 원료 도입 등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사명을 ‘한화임팩트’로 변경했다. 고순도 테레프탈산 PTA 국내 1위 사업자로 화학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수소혼소’ 등 에너지 사업과 친환경 모빌리티, 유전자 편집기술 투자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한화임팩트는 2014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한화그룹이 인수한 기업으로 모태는 삼성종합화학이다. 인수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PTA 업황이 개선에 따라 1조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실현하기도 했으나, 2019년부터 업황이 꺾였다. 이런 상황에 한화임팩트는 기존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변화를 감행하고 있다.
한화임팩트가 현재 주력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수소혼소’ 사업이다.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 에너지를 인수해 수소혼소 기술을 확보했으며, 한국서부발전과 수소혼소 가스터빈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열병합 발전소 등에서 쓰고 있는 가스터빈을 개조해 수소 연료를 주입하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는데 한화임팩트는 이를 탄소중립으로 가기 중간단계로 판단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임팩트 관계자는 “수소 연소기를 설치할 경우 기존 가스터빈도 친환경 에너지로 변모할 수 있으며, 자사는 65% 수소를 주입해 최대 35~40% 탄소 절감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명 변경과 관련해 “20~30년 후 인류사회와 지구환경,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 관련 사업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명 변경도 이런 고민 과정 중 하나이며, 일반 화학회사가 아닌 기업혁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명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공해 물질을 발생시키는 기존 나쁜 화학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환경 실천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기업도 있다.
LG화학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학기업이 아닌 과학기업을 표방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화학은 더 이상 전통적인 화학기업이 아닌 지속가능 신성장동력이 준비된 과학기업”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친환경 소재·전지 소재·글로벌 혁신 신약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 2025년까지 1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 8월에는 2028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 PBAT, 태양광 필름용 POE 등 총 10개 공장을 단계적으로 신설한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2일에는 국내 바이오디젤 전문기업 단석산업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HOA)를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수소 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 달성과 함께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대규모 소비처 ▲대량 공급망 ▲친환경 기술 등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실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내 석화업계에서 가장 앞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앞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더해나간다. 지난 3월 석화 기업 최초로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CCUS 실증설비를 여수1공장에 설치했으며, 향후 1년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 질소산화물(NOx) 영향 평가 등을 거쳐 2023년까지 상용화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에 화학기업들의 ESG 경영은 이제 상징적 의미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친환경 제품 및 공정은 물론이고 친환경에 적합한 사업 구조 개편 등에 대한 고민은 현재 계속되고 있으며, 각 사들의 관련 포트폴리오 전환이 점차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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