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햇수로 3년째를 맞는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오리무중이다. 인수합병의 전초 단계인 기업결합 심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승인 대상국 6개국 중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에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대우해양조선 인수합병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서는 지난 2019년 7월 공정위에 제출됐지만, 2년 6개월이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일각은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연내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결정하기보다는 차기 정부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에 대한 어떤 결정이 나오든 반발이 예상되고, 내년 대선 표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도 섣불리 결정을 내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는 정부의 의지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데 내년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조선업계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에서의 기업 결합승인 여부도 변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사가 영위하는 고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독과점 문제 해소를 승인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기업 결합승인을 유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LNG 운반선 시장은 수요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점유율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매년 어떤 시기,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점유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의 반대도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경남 거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 부당성과 정부의 현대중공업 재벌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속히 정부가 인수합병 철회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수합병 반대하는 도보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신상기 대우조선지회장은 “문재인 정권이 대우조선 매각을 3년째 진행했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매각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입장도 없이 대우조선을 현중자본에 갖다 바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인수합병 도보 투쟁에 앞서 열린 출정식에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변광용 거제시장 등 정관계인사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대우해양조선의 인수합병이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가 조속히 인수합병 철회 결정을 내리고, 국내 조선업의 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사실상 경쟁관계인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수주물량 확보 경쟁, 경쟁력 강화 등에서 대우조선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고, 대우조선이 있는 경남 거제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대우조선에 기자재를 대는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도 제기했다. 선박 제조에 들어가는 기자재를 90% 자체 수급하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은 인근 진역 기자재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협력사들과의 공급계약을 지속할지 수 있을지 우려했다.
김종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부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쟁사인 두 회사가 인수합병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면서 3년째 애매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계약 기한을 계속 연장하고 있는데 선주 입장에는 지위가 불안한 대우조선보다는 현대중공업에 수주물량을 몰아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수합병 후 기존 거래 업체와 3년간 계약을 유지하겠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기자재 업체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선업이 거제 등 경남 남해안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엄청나기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도 우리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정부는 실패한 정책을 끌어 앉지 말고 조속히 대우조선해양 매각 철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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