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하루하루 100만원, 200만원 꾸러 다니는 제가 경쟁사 스파이였다고요?”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대현 전 안다르 사내이사(아내 신애련 전 안다르 대표)의 운전기사였던 A씨의 첫 마디. 지난 10일 A씨의 갑질 폭로 후 오 전 이사가 밝힌 반박글에 더 분노했다는 그는 끝까지 싸워야겠다 결심했다고 다짐했다. 그는 본인의 폭로를 반박한 오 전 이사 주장엔 모순이 가득하다며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오 전 이사 반박글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A씨는 지난 10일 보배드림에 ‘저는 운전기사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이다. 2019년 5월~2020년 9월까지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에서 근무한 A씨는 오 전 이사에게 수 차례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오 전 이사 개인사에 운전기사 대동 △경쟁사 레깅스 룸살롱 몰카 지시 등이다.
오 전 이사도 보배드림에 3편의 반박글을 게시한 상태다. 내용을 축약해보면 △안다르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인 사건 △경쟁사에게 의해 조작된 이슈 프레임화 등이다.
먼저 A씨는 ‘경쟁사 사주를 받았다’는 오 전 이사 주장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되받아쳤다. A씨는 아내와 한 아이를 둔 가장이지만 매일 이어지는 갑질에 회사에서 단 하루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직할 직장을 찾기도 전 직장을 관뒀기 때문에 퇴사 후 최근까지도 새 직장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그는 근황을 전했다.
A씨는 “퇴사 후 돈이 없었다. 한 달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만 200만원이 넘는다”며 “지인들에게 100만원, 200만원씩 빌리려고 매일 연락하는 게 일이었다. 내가 경쟁사 스파이였으면 왜 직장도 없이 돈을 빌리려 다녔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A씨는 “실질적인 회사 경영을 맡았던 오 전 이사의 갑질 아래 근무하는 안다르 직원들이 안쓰러웠다”며 “부도덕한 회사 대표의 만행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제보, 폭로”라고 힘줘 말했다.
“룸살롱 몰카 사진을 지시한 적 없다. 5분 만에 술값만 계산해주고 나왔다”라는 내용의 오 전 이사의 입장문을 꼬집기도 했다. A씨는 “경쟁사 레깅스 성상품화 이슈몰이를 위한 사진이 필요하다는 오 전 이사의 지시로 룸살롱 안에서 경쟁사 레깅스를 입은 여성들의 사진을 찍는 내내 오 전 이사는 함께 룸살롱에 있었다”면서 “룸살롱에서 함께 나오기도 했다. 대리기사를 불러 오 전 이사를 일산 집까지 모시고 갔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A씨는 동료와 메시지로 나눈 대화 내용이 그 증거라며 공개하기도 했다. 대화 내용에서 A씨와 동시에 일산의 오 전 대표 자택으로 이동했다는 대화 상대방은 대표님차(대표님과 동승해서 움직이는 차)라는 말을 언급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직장에서 쫓겨날 것 같은 무서운 일이었는데 왜 이틀 뒤에야 사진을 보냈느냐’며 제보 진위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던 오 전 대표의 주장도 사실 그의 지시였다고 A씨는 설명했다. 사진 촬영 지시가 있던 날은 8월14일. 이튿날이 광복절 휴일인 탓에 출근하는 16일에 룸살롱 레깅스 사진을 보내라는 오 전 이사 지시를 따른 것 뿐이라고 A씨는 말했다.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근무가 새벽 3시, 4시까지 이어지는 등 가늠할 수 없는 퇴근 시간에 가족이나 지인과 약속잡기도 어려웠다고. PC방에서 게임을 마친 뒤 나오는 오 전 이사를 태우기 위해 새벽까지 차에서 대기하는 것도 다반사였다고 그는 안다르 근무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새벽까지 게임하는 오 전 이사를 집에 모시고 가기 위해 PC방 밖에서 기다린 적이 많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자고 출근한 적도 있다”며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도 점차 지쳐가게 만들었다”고 되레 자신을 질책했다.
오 전 이사 가족들의 사적인 일도 A씨의 주업무였다. A씨는 “오 전 이사 아이가 먹을 죽을 사기 위해 경기도 파주에서 서울 중구 장충동의 신라호텔까지 죽을 사러 가기도 하고, 아이 장난감이 필요하다며 80㎏ 장난감 자동차를 오 전 이사 대신 사러 가기도 했다”며 “오 전 이사 가족이 먹을 음식도 포장해서 배달하는 일도 잦았다”고 말했다.
오 전 이사의 자택 이삿일도 도맡았다. A씨 설명에 의하면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이사는 총 3번 있었다. 오 전 이사가 살 월세 물건을 보기 위해 부동산과 수차례 연락하며 대신 집을 보기도 했다. 인테리어를 위한 입주민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는 일도 오 전 이사 대신 A씨의 몫이었다.
오후 8시가 넘도록 오 전 이사 집에서 이삿짐을 정리하고, 청소하기도 했다. 동료와 나눈 메시지가 증거라면서 A씨는 대화 내용을 보여줬다. 짐을 나르고 청소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며 본인의 직무가 이제는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A씨는 토로했다.
A씨는 폭로에 나선 이유는 ‘다시는 나같이 당하는 근로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안다르에서 일하면서 갑질이 힘들기도 했지만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동료들이 안쓰러웠다. 알려지지 않는다면 오 전 이사는 또 다른 직원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할 사람이다. 안다르는 까도까도 계속 껍질이 나오는 양파 같다. 아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갑질들이 무수히 많다.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안다르 갑질, 내가 끊고 싶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쿠키뉴스는 A씨의 주장 사실에 대해 오 전 이사와 통화를 하고 입장을 물었다. 다만 오 전 이사는 회의 중이니 메시지를 남기면 회신을 주겠다는 말뿐, 입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에 몇 차례 더 오 전 이사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안다르 측 홍보 담당자에게도 문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smk5031@kukinews.com / 사진= 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