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인산철 배터리의 90% 이상을 중국 배터리업체가 생산하는 가운데 기술 차별화 없이는 경쟁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사실상 원점 재검토로 해석된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5일 열린 3분기 실적을 발표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 확대 적용과 관련해 “공간과 무게 제약이 없고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우선적으로 양산 적용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에는 당장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적용하지 않고, 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양산을 본격화해 저가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할 거란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은 한발을 빼는 모양새다.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GM 리콜 사태가 일부 분리막 밀림 현상에 따른 것으로 원인 조사되면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걸로 보인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화재에 따른 대규모 리콜 이슈가 발생하자 일부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사가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관심을 보인 건 사실”이라며, “최근 리콜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큰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해 조정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생산단가가 낮지만, 에너지 밀도가 너무 떨어져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크게 어필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국내 배터리업계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온 국내 배터리사들이 기술 차별화 없이 뛰어들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전기차(EV)보다는 경쟁이 덜 하다고 판단해 진출을 고려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사들이 저가 시장 공략을 위해 무리하게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에 나설 경우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NCM/NCA 배터리가 배터리 시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2023·2024년부터 생산 예정인 차세대 하이니켈 배터리는 원재료 가격 동일 가정 시 킬로와트시(kWh)당 90달러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리튬인산철 배티리와의) 가격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점유율 1·2 위를 차지하는 CATL, BYD 등 중국업체들과 차별화 요인 없이 동일 제품 영역에서 맞부딪혀 경쟁할 경우 이길 수 없다”면서 “정부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 정책에 힘입은 BOE, CSOT 등 중국 패널업체들이 국내 업체들과 경쟁해 LCD 산업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은 사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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