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소 동맹 구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SK와 두산은 각자의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충천형 연료전지 연구 개발 및 사업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포스코·롯데케미칼·삼성엔지니어링도 수소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SK에너지와 두산퓨얼셀은 최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수소충전형 연료전지(트라이젠) 활용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 및 1차 기술교류회를 개최했다. 지난 8월 27일 체결한 업무협약의 후속 행사로 이날 수소충천형 연료전지 소개와 생산 현장 투어가 진행됐다.
협약에 따라 두산퓨얼셀은 전기, 수소,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수소충천형 연료전지를 공급한다. SK에너지는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수소를 차량에 주입할 수 있도록 고순도(99.97% 이상) 정제기술을 설계·개발한다.
또한, 양사는 연료전지 분산 발전과 수소·전기 충전이 모두 가능한 친환경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을 구축에도 나선다. 이르면 내년에 1호 에너지스테이션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스코·롯데·삼성, ‘수소 드림팀’ 결성
철강·석유화학·엔지니어링 부문 대표 기업인 포스코·롯데케미칼·삼성엔지니어링도 수소를 공통분모로 드림팀을 결성했다. 세 기업은 28일 잠실 시그니엘 호텔에서 ‘국내외 수소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해외 블루·그린 수소 도입과 국내외 수소사업 개발·투자·운영 등을 함께할 계획이다. 각 분야에서의 쌓아온 전문성과 그동안 진행해온 수소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공동 성장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세 기업은 이번 업무협약에 앞서 국내 수소경제 움직임에 동참해 왔다. 지난 7월과 10월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 ‘대한민국 수소경제 성과 보고대회’ 등에 함께했다. 이때부터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외 청정수소 도입을 위한 협력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 지역의 블루·그린 수소사업의 개발을 위해 주정부와 공동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는 등 실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각 분야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철강기업 포스코는 205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 연 500만톤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 2030년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고, 대규모 소비처 및 공급망 확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자체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풍부한 EPC 수행 경험과 기술 전문성, 그리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 CCUS 분야에서의 기술확보와 프로젝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업을 개발하고 운영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며, “수소경제 시장을 선점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상호 협력이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동맹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동맹 구축은 생존을 위한 자체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거스를 수 없는 탄소중립 흐름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소경제로 가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 아직 국내에서 관련 기술력이나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대규모 투자가 수반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어느 한 기업만 이를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가 탄소중립으로 그중 하나의 방법으로 수소가 언급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비용과 방법 등을 따져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진하는 게 맞고, 기업들의 동맹은 속도 조절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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