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엄수...88올림픽공원서 ‘영면’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엄수...88올림픽공원서 ‘영면’

김부겸 총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 자리 돼야”
추모곡 ‘손에 손잡고’
영결식장 밖 국가장 반대 시위도

기사승인 2021-10-30 14:12:50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헌정 사상 두 번째 국가장이다. 

이날 영결식은 코로나19를 감안해 인원이 통제된 상태로 진행됐다. 영결식을 보기 위한 인파가 붐볐지만, 사전에 승인받지 않은 이들은 영결식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해철 행전안전부 장관 등 50명 이하 인원이 참석했다. 장례식 기간 내내 자리를 지킨 박철언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발인식부터 함께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이뤘던 공적을 언급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외교, 남북관계 전기마련, 경제 민주화를 위한 토지공개념 도입, 서민 주거 안정, 국민연금을 통한 공적부조 확대 등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노태우 대통령님이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고인께서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많은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애도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장 논란과 관련한 발언도 있었다. 김 총리는 “오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고 있다. 재임 시 보여준 공적보다 우리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인께서 유언을 통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우리는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사죄로도 5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되신 영령들을 다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며, “그러나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과거는 묻히는 게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로 살아있다”고 했다.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도사는 노태우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가 맡았다. 노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수차례 노 전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면서 과거의 모습을 회상했다.

노 전 총리는 “이따금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로 시작하는 서울올림픽 주제가를 부르시던 각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면서 “서울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던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올림픽이 열렸다”고 영결식 장소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장으로 치러진 만큼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이어 6분 길이의 생전영상 상영 후 헌화·분향이 이뤄졌다. 

추모 공연에서는 가수 인순이 씨와 테너 임웅균씨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손에 손잡고’를 불렀다. '손에 손잡고'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성공적으로 치렀던 88서울올림픽의 주제곡이다. 3군 통합조총대의 조총 발사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 소속 20대 청년 1인이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는 올림픽공원 앞에서 “광주학살 주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사진=황인성 기자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영결식장 밖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해야 했다. 영결식이 야외에서 진행됐지만, 코로나19를 감안 철저히 통제된 채 열렸다. 시민들은 유튜브 중계를 통해 영결식을 보거나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 직전 영결식장 외부에서 약간의 소란도 있었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 소속 20대 청년이 “광주학살 주범,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자 추모객 여럿이 크게 반발하면서 고성을 질렀다. 경찰의 통제로 충돌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영결식장 주변 곳곳에서 국가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영결식장을 찾은 한 40대 남성은 “노 전 대통령의 과오로 한국 현대사에 아픔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민주화의 주춧돌을 쌓는 역할을 공적도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장으로 치렀던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이 좋아하셨던 ‘손에 손잡고’ 노래 가사처럼 우리 정치도 좌우로 나눠 분열하지 말고 서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며, “그 시대를 살아왔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자 오늘 영결식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결식을 마친 유해는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거쳐 파주 검단사에 임시 안치될 예정이다. 장지 협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유족들은 묘역 조성 후 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다시 안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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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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