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항마로 평가받는 리비안이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북미 전기차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리비안의 성공 및 성장세에 따라 삼성SDI의 북미 시장 내 영향력 확대도 기대된다.
리비안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다. 상장 당일 최초 공모가 78달러보다 30%가량 높은 100.73달러로 장을 마감했고, 이날 시가총액은 860억 달러(101조3424억원)를 기록했다. 이날 리비안이 달성한 시가총액은 미국 자동차업계 ‘빅3’로 불리는 GM, 포드, 스텔란티스의 시총을 앞섰다.
리비안은 2009년 설립한 자동차 회사로 MIT 출신 엔지니어 스캐린지가 설립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를 기반으로 한 신생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아마존과 포드 모터 컴퍼니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으나 2018년 LA모토쇼에서 순수 전기로 가는 픽업트럭(R1T)과 SUV(R1S)를 선보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리비안이 나스닥 상장에서 크게 대박 친 이유 중 하나는 주력 차종을 픽업트럭으로 선정한 까닭이다. 승용차 등 세단이 인기 많은 국내와 달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픽업트럭이 가장 선호된다. 리비안은 시작부터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주력으로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
리비안이 후발주자로 당장 테슬라의 생산능력과 매출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겠지만, 대량 생산 시설 구축에 성공하면 미국 내 픽업트럭의 인기에 힙 입어 테슬라의 아성을 넘어 설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리비안의 성장과 더불어 리비안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의 미국 내 영향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도 함께 주목된다.
리비안이 상장을 준비하면서 배터리 내재화 방침을 밝혔지만, 배터리 기술력 확보와 양산화까지는 많은 시일과 기술력이 요구돼 상당기간 삼성SDI의 배터리가 쓰일 가능성이 높다. 리비안이 배터리 공급업체를 다변화할 수 있지만, 그동안 삼성SDI와 파트너십을 맺어온 만큼 동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
스캐린지 리비안 CEO는 지난 4월 현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셀 개발 과정에서 삼성SDI와 협력해 왔다”면서 “리비안의 모듈·팩과 결합할 삼성SDI 셀의 뛰어난 성능과 신뢰성이 기대된다”고 밝힌바 있다.
완성차 대량 생산 경험이 없는 게 가장 큰 약점인 리비안이 이를 쉽게 극복할 것이란 업계의 전망에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 SDI의 미국 시장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이 완성차 양산화 과정에서 거듭 실패하는 사례를 보였지만,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양산은 진입장벽이 낮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대규모 재원을 적절히 활용해 양산화 기간을 예상보다 쉽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비안이 대량 생산 시설은 완벽히 갖추고 있지 않지만, 기본이 되는 자체 기술 확보와 차량 개발은 이미 마친 상태”라면서 “IPO를 하는 이유도 어찌 보면 양산화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 측면이 있고, 리비안이 테슬라 사례를 참고하면서 빠르게 양산화 구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국 전기차업체 바이톤과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사례를 언급하면서, 리비안은 앞서 양산화에 실패한 스타트업 기업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바이톤은 자체 기술력은 있었지만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니콜라는 대규모 투자는 있었지만 정작 기술력은 없었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리비안은 기술력과 투자재원 마련에 모두 성공한 만큼 대량 생산화 구축도 쉬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SDI의 북미 시장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리비안에 공급되는 배터리는 원통형으로 삼성SDI는 공급계약 말고는 아직 미국 내 생산 공장은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리비안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 확보 등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면 미국 내 성공도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