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논란, 대주주 지분 매각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남양유업’이 지난해 동기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그러나 같은 기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포함한 7인의 등기이사진은 전년 동기보다 많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30억3923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동기 대비 2.34% 감소한 2400억981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당기순손실은 159억4709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같은 기간 남양유업 7명의 등기이사들은 올해 3분기 16억93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1인당 평균 금액을 따져보면 각각 2억4100만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3분기 먹구름 실적에 비해 이사진 월급이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교적 올해보다 양호했던 지난해 동기 실적 대비 더 많은 급여가 이사진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남양유업은 영업손실 146억4746만원, 당기순손실 73억원4657만원의 실적을 그렸다. 당시 7명의 등기이사 급여는 13억9100만원 수준이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9800만원이었다.
급여 논란은 남양유업 대주주 홍 회장과도 연관 있다. 불가리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억제 논란 책임을 지고 홍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올해 3분기 급여를 챙긴 7명 등기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을 포함해 그의 모친 지송죽씨, 그의 장남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 등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앞서 홍 회장은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논란이 심화하자 가지회견을 열고 “모든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경영 대물림도 없을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계속되는 남양유업 홍 회장 체제에 가맹점들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한 남양유업 가맹점 관계자는 “떨어지는 기업 이미지에 가맹점 매출 타격이 크다”며 “가맹점 피해는 이어지고 있지만 대주주는 급여를 챙기며 특혜만 누리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만 떠 안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시민단체는 경영진 교체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 간사는 “일련의 사태들로부터 남양유업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큰 상황”이라며 “경영진들은 현재 문제를 해결할만한 혁신을 내놓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조도 경영혁신을 외치고 있다. 문을태 남양유업 노조위원장은 “이번 이사회 급여에 대해 노조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해결할 문제가 경영진 교체라고 노조는 보고 있다. 관련 문제를 두고 사측과 협의 중인 상황이다. 조속한 협의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논란은 지난 4월13일 불거졌다. 남양유업은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을 열고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 코로나19 바이러스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게 발표의 주요 골자였다.
불가리스 논란이 거세지자 홍 회장 일가는 올해 5월27일 한앤코에 지분 53.08%를 3107억2916만원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일은 7월30일 오전 10시로 홍 회장은 오전 9시 회사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거래 종결 당일 준비가 필요하다며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