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구 회장에게 적용됐던 5년 취업제한 조치는 지난달 말 해제됐다. 구 회장은 과거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2012년 10월 구속돼 오너경영인 중 최초로 4년간 장기 복역했다. 지난 2016년 10월 만기 출소했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역형 집행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됐었다.
구 회장은 올해 5월 법무부의 취업승인을 받아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복귀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 8월 발표된 LIG넥스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구 회장은 상근 경영임원 직위를 부여받고 있다. 미등기임원인 탓에 이사회에 참석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순 없지만, 사내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영향력을 배제할 순 없다.
구 회장은 지난 2일에는 LIG그룹의 새로운 CI 디자인을 공개하는 비전 선포식에도 직접 참석해 사실상 오너 역할을 수행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임직원에게 ‘원팀, 원스피릿’을 강조하면서 “더 새로운 LIG를 위해 함께 실행, 도전하고 성공하자”는 당부의 말을 임직원에게 전했다. 앞서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1‘에도 참석해 LIG넥스원 부스를 점검하는 등 직접 행사를 챙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그룹 내에서는 사실상 구 회장의 경영복귀를 기정사실화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비전 선포식 등 기업 내 굵직한 행사에서 직접 나서면서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쇄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경영 전면 복귀에 변수다. 취업제한이 풀려 기업의 판단에 따라 당장 경영복귀가 가능하지만, 판결에 따라 경영공백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주식 저가 매매를 통해 1330억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기소됐다. 2015년 자회사 LIG넥스원 공모가를 포함한 LIG 주식 평가액(주당 1만481원)을 주당 3846원으로 낮게 평가하고, 이 가격으로 매매한 대금을 다른 주주에게 송금하는 등 금융거래를 조작한 혐의다.
구 회장 측은 지난 3월 첫 공판에서 “윗세대에서 이뤄진 의사결정”이라며, “2015년 수감 중이라 관련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9월 5차 공판에서 구 회장이 그룹 주식 매수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면서 쌍방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재판 결과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 회장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경우, 경영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사실과 증거기록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 단정할 순 없지만, 특가법상 조세 포탈 금액이 200억을 넘고, 계획적·조직적 범행이 입증된다면, 양형기준상 최소 8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리경영 차원에서 구 회장의 경영복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모든 기업이 ESG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구 회장의 무리한 경영복귀 시도는 기업 차원에서도 큰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LIG그룹의 주력사인 LIG넥스원은 지난 7월 이사회를 통해 ‘ESG 위원회’ 설립을 결의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전략 및 주요 사항을 검토·분석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