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리비안 '전기차 동맹' 파기...K-배터리 영향은?

포드-리비안 '전기차 동맹' 파기...K-배터리 영향은?

SK온-포드·삼성SDI-리비안 배터리 공급 지속...당분간 영향 없어
삼성SDI "리비안과 JV 설립 등 실질 동맹 구축은 과제"

기사승인 2021-11-22 17:54:06
포드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 해당 차량에는 SK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스타트업 기업 리비안의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이 파기됐다. 양사가 각자 전기차 개발에 나서기로 하면서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온과 삼성SDI에는 당장 큰 영향이 받지 않을 걸로 보인다. 다만, 삼성SDI는 리비안과 합작사 설립 등의 절차를 서두를 필요성이 제기된다.

22일 CNBC,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포드와 리비안은 지난 2019년 5억 달러 투자와 함께 발표한 전기차 공동개발 계획을 파기했다. 공동개발 파기와는 별개로 투자를 통한 협력 관계는 이어간다.

포드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리비안과 협력을 위한 폭넓은 논의를 했지만, 공동개발이나 플랫폼 공유는 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포드가 리비안을 경쟁자로 인식한 걸로 봤다. 지난 2019년 투자 당시에는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 기업으로만 봤으나, 리비안이 최근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로 큰 인기를 끌자 현실적인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포드의 주력 차량인 ‘F150 라이트닝’ 내년 출시를 앞두고 픽업트럭 분야에서 경쟁 관계인 있는 ‘R1T’을 출시한 리비안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도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첫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앞둔 포드가 자체 기술력에 대한 확신을 갖고, 본격적으로 독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안과 전기차 공동개발을 통한 기술 협력을 기대했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양사가 채용한 배터리 형태가 달라 공동개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 경영자는 지난 19일 자동차 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년 안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생산업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리비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기차 시장에서는 포드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초 출시되는 F150 라이트닝은 현재 사전예약만 16만대를 넘겼고, ‘포드F 시리즈’가 픽업트럭의 스테디셀러인 만큼 전기차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비안이 테슬라를 잡을 다크호스로 여겨지면서 상장 대박을 친 게 사실이지만, 대량생산 경험이 없고 양산화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완성차업체의 생산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어 당분간은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포드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비안 픽업트럭 R1T. 삼성SDI 원통협 배터리가 탑재된다.

포드·리비안, 각자 노선.국내 배터리사 영향 없을 듯

양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사들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양사가 전기차 공동개발을 지속할 경우 플랫폼 공유 등으로 인해 탑재 배터리형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각자 별개 노선을 걷기로 하면서 기존 배터리 공급이 지속될 걸로 보인다. 

SK온은 포드와 현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포드 F150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삼성SDI는 리비안에 원통형 배터리를 현재 공급 중이다.

다만,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진출을 확정지은 삼성SDI는 미국 내 경쟁력 강화 및 점유율 확대를 위해 리비안과 실질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자체 배터리 셀 공장 외에도 완성차업체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15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것에 비해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한 23GWh가 전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스타트업체가 모두 원통형 배터리를 쓰고 있어 리비안도 현재 공급받는 삼성SDI 배터리를 계속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아직 대량 생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언제든지 공급 배터리사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I와 배터리동맹이 유력했던 스텔란티스가 두 가지 배터리 형을 채용한 것처럼 다른 배터리사가 리비안을 공략할 수도 있어 삼성SDI의 적극적인 배터리 생산규모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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