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따른 전기차 시장 성장만큼이나 전기차(EV)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성 확보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배터리 화재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어 원인을 지목할 순 없지만, ‘배터리 셀’ 결함이 핵심 원인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불어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서 원인 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일 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국내서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총 13건이다. 대부분 화재 원인을 제작결함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지만, 지난해 발생한 GM 볼트EV 화재 건은 배터리 셀 결함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르노삼성의 SM3 Z.E.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GM 볼트 화재 이후 다시 배터리 안전성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 화재 방지는 배터리사의 최우선 과제다.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배터리의 에너지효율을 늘리면서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배터리 화재’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 탄력을 받고 있는 전기차 판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배터리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특정 원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굳이 핵심 원인을 꼽자면 ‘배터리 셀’의 자체 결함일 것으로 입을 모은다. 특히, 동일한 차종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연발성 화재는 배터리 셀 자체 결함의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배터리사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화재가 발생한 GM의 볼트EV와 르노삼성의 SM3 Z.E. 전기차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SK온과 삼성SDI의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있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동일 전기차량에서 비슷한 화재가 연이어 터졌다면 조립 과정상 하자보다는 배터리 결함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서 제조사 차원의 원인규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각 배터리사들은 극한의 충방전 상황을 가정해 배터리가 버틸 수 있는지를 자체 검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통상적인 검사에 그쳐 실제운행 과정에서는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화재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향후 글로벌 배터리 기술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 결국 배터리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 셀 결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무리한 설정’ 등 2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배터리 화재 시 열 폭주 현상으로 배터리가 모두 타버리기 때문에 명확한 원인규명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배터리가 많이 보급된 만큼 배터리 화재 리스크도 동반 증가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면서, “특정 배터리사의 배터리에서 유독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배터리사와 완성차업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배터리 화재 방지를 위해 각종 기술 개발과 함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이어 터진 배터리 화재 이슈를 극복하기 위해 품질 안전성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 기존 품질 이슈 발생 사례에 대한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따른 개선 사항을 구체화하고 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품질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건 설계를 전면 적용하고, 공정별 전수 자동검사를 실시한다. 또한, 화염 노출 차단 및 자동 소화 가능한 모듈·팩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SK온은 고순도 분리막과 ‘Z폴딩’ 방식의 배터리 셀 공정을 통해 배터리 화재 방지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중이다. 외부 손상에 강하고 불량이 적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고순도 분리막을 사용하고, 배터리 셀을 지그재그로 쌓는 ‘Z폴딩’ 방식을 적용해 열 방출 효과를 높이고 있다. 배터리 화재는 대부분 과열로 발생하는데 열 방출 효과를 높여 화재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외 배터리 팩 안에 있는 일부 셀에서 불이 나도 주변으로 번지지 않게 해주는 열확산 억제 기술도 보유 중이다.
삼성SDI는 엄격한 안전성 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다수의 안전장치를 넣어 배터리 화재 가능성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압축·관통·낙하·진동·과충전·단락·고열·열충격 등 안전성 테스트를 기본적으로 시행하고, 전기차 배터리는 운행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충격을 가정한 관성·전복 테스트를 추가 실시한다. 또한, 가스 배출 장치(VENT), 과충전 방지 장치(OSD), 단락 차단 장치(FUSE) 등 충격과 열이 발생할 경우 통제하는 보호장치를 중첩 설정해 외부환경으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