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뜨자...정유사들, 주유소를 배터리 충전소로

전기차 뜨자...정유사들, 주유소를 배터리 충전소로

탄소중립 시대 한계점 보인 정유업...생존 위한 사업 다각화 시도
주유소 등 기존 인프라 강점...복합 충전소 설치 기준 완화 필요

기사승인 2021-12-07 06:30:02
GS칼텍스 복합 충전소 모습. GS칼텍스
석유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정유사들이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분주하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향후 내연기관을 대체할 거란 전망이 나오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기존의 주유소 거점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전기차 충전시설은 100여개 내외로 현재까지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대규모 투자 재원과 기존 인프라를 갖춘 에너지 대기업인 만큼 향후 시장의 확대에 따라서 확장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는 급속충전기에 한해 비용 인상을 카드를 고민하고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정유사들은 최근 충전기 제조사 및 충전서비스 업체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단계적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충전기 제조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가 하면 업무협약을 맺고 상용화 검토에 착수했다.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모빌리티(Mobility)' 산업의 거점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2019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현재 전국 70여 개소의 주유소·충전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속적으로 충전기를 설치해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전기차 생태계를 지속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주유소 인프라 확장을 통해 석유제품 판매 외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한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수소차 충전소를 전국적으로 넓혀 나가 2023년까지 전기차 급속충전기 200기를 전국 직영주유소에 설치하고,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충전소는 2030년까지 최대 180개소까지 늘릴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 생태계 구축을 위해 완성차업체, 충전기 제조업체, 카셰어링 업체까지 타 업종 다양한 기업들과 합종연횡도 진행 중이다. SK(주)는 올해 초 국내 최대 충전기 제조업체 ‘시그넷이브이’를 인수했다. SK(주)가 직접 정유사업을 하진 않지만, 관계사 SK에너지와 협업 가능성이 높다.

현대오일뱅크 전기차 충전 모습. 현대오일뱅크

정유사들의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 시도는 최근 도래한 정유업의 위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석유제품 판매를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지만, 탄소중립이 메가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정유업의 종말이 도래할 거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정제마진의 고착화로 인해 예전만큼 정유 사업을 통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정유사들은 ‘탈(脫) 정유’ 시도를 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전기차 충전시장 진출이 주목되는 이유는 기존 가진 유통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플랫폼 때문이다. 기존 주유소는 각 지역의 요지에 위치해 차량 접근이 쉽고, 충전시설 설치를 위한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만 갖추면 즉시 상업화가 가능하다.

다만, 충전비용 현실화와 충전기 설치 기준 완화는 풀어야 할 과제다. 향후 전기차이 주류 차종이 되면 충전비용이 현실화가 잇따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수익성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집중돼 있어 기업들이 선뜻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초기 도입 단계로 볼 수 있다”면서 “정유사들의 전기차 충전시장 진출은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향후 확대될 전기차 사업에서의 기회를 탐색하고, 가능성을 점쳐보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업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어떤 기업도 굳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 정부가 급속충전기에 한해 비용을 올린다는 방향성을 잡았기 때문에 조만간 정유사들의 수익 비즈니스 모델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기차 충전소 확대을 위한 설치 기준 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기존 주유시설로부터 일정 거리를 둬야 하는데 관련 규정을 충족해도 인·허가 관할청은 캐노피(비가림막) 아래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나서려고 해도 법적 제약이 따른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 기준을 충족해도 관할청의 인허가 기준에 따라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라면 “기존 주유소를 다 허물고 전기차 충전소를 짓기보다는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규제 완화를 통해 주유소와 충전소를 병행 운영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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