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배터리 사업에 기업 핵심 인력들이 전면 배치됐다. 커지는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핵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을 최전방에 내세우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이자 오른팔로 알려진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그동안 삼성SDI를 이끌었던 전영현 사장은 삼성SDI의 첫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ESG 경영 강화와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에 기여한다.
신임 최 사장은 삼성전자 내 재무 전문가이자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1987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에 입사한 이후 국제회계그룹, 경영관리그룹, 해외관리그룹, 경영지원팀, 미래전략실 전략1팀, 사업지원TF 등을 거쳤다. 지난해 1월 사장 승진해 경영지원실장(CFO)으로 활동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져 그동안 삼성그룹이 배터리 사업 부문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불식시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지난달 선임했다. 권 부회장은 LG그룹 2인자로 꼽히는 인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 대규모 GM 리콜 사태 등 굵직한 배터리 이슈가 터지자 구 회장이 권 부회장에게 특별히 배터리 사업 경영의 중책을 맡긴 것으로 업계 일각은 바라보고 있다.
권 부회장은 과거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전지사업을 이끌던 시절, 해당 기업들을 LCD패널과 차량용 배터리 분야 글로벌 점유율 1위 기업으로 각각 성장시켰다. 특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시절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권 부회장과 LG에서 합을 맞췄던 이방수 사장(CRO)과 김흥식 부사장(CHO)도 LG에너지솔루션에 최근 영입되면서 권 부회장의 배터리 사업 추진에 더욱 힘이 실릴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 신임 대표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강한 애정을 두고, 사업 발굴에 큰 역할을 했었던 만큼 경영 복귀 행선지는 SK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일 SK그룹 관계사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에도 SK온은 포함되지 않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SK온은 이달 중순께 이사회를 열어 최 수석부회장을 임원으로 선임할 계획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동섭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배터리사들의 임원 인사에 대해 “기업 핵심 인물들이 배터리 사업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중국 등 해외 기업들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 전략이 나올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의 대전환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현재 배터리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이 진입장벽에 막혀 그동안 자동차에 대한 꿈만 꾸어왔는데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애플이 애플카로 주목받고, 루시안·리비안 등 스타트업 기업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배터리사들도 진지하게 직접 전기차를 생산하는 사업을 구상해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배터리사들의 과감한 임원 인사는 그런 흐름을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