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기반의 에너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제는 계획을 넘어 실천에 나서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에 참석해 상향된 2030NDC안을 전 세계에 공표한 가운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다음 단계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기협회 제8차 전력정책포럼에 참석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산업계 탄소중립 흐름과 방향성에 공감하면서 조속한 관련 예산 투입과 세부적인 계획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혁신 R&D가 핵심으로 기존 결정 방식을 뛰어넘는 조속한 관련 예산 투입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연합은 탄소중립 분야에 2030년까지 각각 1800조원, 1300조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며 “우리나라도 내년 약 12조원 정부 예산을 책정하고, 기후 대응기금도 준비 중이지만, 투자 규모 면에서 부족한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탄소중립 R&D 투입 심사 중으로 내년 4월 예비타당성이 결정되면 2023년부터서야 관련 예산이 본격 투입된다”면서 “탄소중립 시대로 전환하는 중대 시점에 기존 절차에 얽매여 예산 투입 시점이 너무 늦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효과적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강조했다. 현재 탄소중립 추진 방향은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고 미달성 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시스템인데 이는 오히려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탄소중립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기업이 탄소 감축 기술 등을 자발적으로 개발할 기회를 열어 주고, 이를 달성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는 게 탄소중립 실현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확정한 ‘2030 NDC 상향안’을 기반으로 당장 내년부터라도 실체가 있는 후속 계획들이 빠르게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료비와 연동된 전기요금 인상안 마련을 비롯해 전력수급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 후속 계획들이 잇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호정 고려대 기후에너지시장연구원 교수는 “그동안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큰 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졌고, 이제는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할 때”라며 “당장 정부는 내년부터 전력수급기본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 세부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전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일부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하자 언론에서는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식의 보도를 연일 내놨다”면서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지만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사회적인 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산업계와 일부 전문가는 국내 제조업 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필요한 만큼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사회와 에너지연구단체는 세계적인 탈원전 추세와 소형모듈원전(SMR)의 국민 수용성 및 경제성을 언급하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원전 문제가 현재 정쟁화되고 있지만, 지난해 신규 전력 설비 80% 이상이 재생에너지인 걸 볼 때 주류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일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실증도 구현되지 않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갖고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맞지 않고, 원전기술이 향후 경제성까지 극복하더라도 20기 이상이 건설해야 할 텐데 국민 수용성을 극복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현재 국내서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긍정적인 담론이 많은데 원래 원전은 소형에서 대형화되면서 경제성이 좋아졌다”며 “원전 소형화로 개별 원전의 안정성은 개선되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원전을 건립해야 해서 안전성 측면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