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제조업체를 운영 중 대표의 말이다. 그는 국내에도 판로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대미 수출 비중도 적지 않아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한 해운 운임비가 부담을 넘어 이제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까지 올랐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운송 항로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8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 발생한 지난해 1분기 889.8포인트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3분기에는 4614.1포인트까지 뛰었다가 지난 10일에는 4810.98포인트까지 올랐다. 집계를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당분간 고운임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글로벌 물류 대란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연말 특수와 내년 1월 중국 춘제를 앞두고 물동량이 크게 늘기 시작했고, 미국 서부 항만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해운 운임 비용 안정화까지는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내년 1월 춘절을 앞두고 물동량을 늘린 가운데 세계 주요 항만의 적체 해소는 비교적 더뎌 당분간 운임이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기관들은 운임 정상화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운시장은 변수가 많아 그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 운임 상승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시장 수급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는데 공급보다 수요가 꾸준히 많아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물동량은 크게 늘었지만, 이를 실어 나르는 선복량은 오히려 줄었다. 해운 시장의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규제에 나서면서 기존에 활용하던 구형 선박들이 많이 빠진 데다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닥치자 선사들이 물동량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해 선복량을 줄였다.
반면, 코로나로 물동량이 대폭 줄 거란 예상과는 달리 해운 수요는 꾸준했다. 코로나로 인해 물동량이 줄어든 품목들도 있지만, 코로나 특수로 오히려 의료용 라텍스장갑과 위생용품 등 대체용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급증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글로벌 코로나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회복에 따른 수요도 가세했다.
또한, 각국 항만 적체도 수급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항만에 도착한 배에서 물건을 빨리 내리고, 돌아가야 하는데 물류 항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한없이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배가 항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투입돼야 할 선박도 늘어나고 선박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해운사들은 물류란에 대응하고자 예비 선박들을 임시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는 있으나, 전 세계 곳곳에서 항만 적체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해운산업 전반에 걸쳐 운용 가능한 선박 자체가 부족하다.
HMM 관계자는 “유럽노선은 평소 12주가 걸리는데 항만 적체를 대비해 예비 선박을 추가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항만 적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국내 선사뿐 아니라 글로벌 선사의 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수출입 기업 10곳 중 9곳은 해운 등 물류비가 내년 수출입에서 가장 큰 부담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입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수출입 물류 전망과 기업의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내년 수출입액 대비 물류비 비중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 91.2%는 ‘올해와 비슷(47.8%)하거나 증가(43.4%)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8%에 불과했다. 또한, 어떠한 어려움이 예상되는가 묻는 질문에는 ‘운임 등 물류비 급등’(39%), ‘선박・항공 확보 애로’(21%) 순으로 꼽았다.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최근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글로벌 수출입 물류난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물류비 지원 등 단기 처방뿐만 아니라 선박・항공 공급 확대 등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물류난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해 국제운송비, 해외현지물류비 등을 지원하는 ‘2022년도 물류 전용 수출바우처사업’에 대한 기업 모집을 12월 말부터 시행한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충배 중앙대 글로벌물류학과 교수는 “글로벌 해운산업은 특성상 개별국가 단위에서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고,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제한적이다”며, “뚜렷한 해결책은 없지만, 국내 유일 대형 컨테이너 선사 HMM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HMM에 공작자금이 투입된 만큼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HMM 선복량을 무조건 늘리도록 유도하기보다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정부가 담보해주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