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주)가 특수관계인 최태원에 대해 사업 기회를 제공한 행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득 제공 등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2에 반한다면서 SK(주)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SK(주)는 SK실트론(구 LG실트론)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자신이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이를 SK(주) 대표이사인 최태원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며, “부당한 이득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SK(주)가 잔여주식 취득을 포기한 전후 사정에 특히 주목했다. SK(주)는 앞서 51% 및 19.6%의 주식취득 과정에서 잔여주식 29.4% 인수는 추후 결정하기로 내부 검토했는데 최 회장이 이후 인수 의사를 보이자 잔여주식 인수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이사회 심의를 통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임에도 합리적 검토 없이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판단으로 인수 포기를 결정한 정황상 부당 이득 제공행위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또한, SK(주)는 매도자인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협상을 진행하고, SK(주) 임직원이 최태원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지원하는 등 최태원이 이 사건 잔여주식을 확정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근거로 들었다.
SK실트론 잔여주식 29.4%를 취득한 최 회장에 대한 부당이득 귀속성도 인정했다. 공정위는 “해당 이익이 사업기회 정당한 귀속자인 SK(주)에게 귀속돼야 함에도 최 회장이 이사회의 승인이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본인에게 귀속시켰다”면서, “인수 결정 과정에 SK(주)는 사실상 배제됐고, 최 회장에게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로 최태원은 TRS 계약에 따라 기초자산인 실트론 잔여주식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상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었다”며, “실트론 경영권 인수 후 SK(주)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기업가치가 대폭 상승해 지분율만큼의 주식가치 상승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태원이 취득한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 약 1967억원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부당이득 기회를 제공한 SK(주)와 특수관계인 최 회장에 대해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씩 총 16억원을 부과했다. 다만, 고발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부과된 과징금이 취득한 이득보다 낮은 수준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행 과징금 고시상, 위반금액을 산정하는 데 제도적으로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있고,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판단해서 비율로 과징금을 산정하는데 중대성이 약한 행위로 위원회에서 판단해 최대치 20억원의 40%인 8억원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공정위 제재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SK그룹은 “그동안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15일 전원회의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이 이번 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의 발표는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의결서를 받은 후 면밀 검토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