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IT 전시회 중 하나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중후장대 대표 기업들이 참가한다. 지금까지는 IT·전자 기업들이 주로 참가했지만, 산업 경계가 무너지면서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후장대 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과 두산그룹이 내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 참가한다. 산업 대변혁 시기에 각 기업이 추진 중인 미래 사업을 소개하고 비전을 선포한다. 무거운 기업 이미지 전환의 목적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처음 ‘CES 2022’에 참가한다. 올해 인수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글로벌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최첨단 기술을 총망라해 그룹 차원 비전을 제시한다. 전시관은 △아비커스(Avikus)의 자율운항 △산업과 일상의 로봇화 △해양수소 밸류체인로 구성한다.
우선 자율운항기술을 중심으로 한 해양모빌리티 분야 기술과 산업을 소개한다. 올해 6월 사내 벤처 자회사 ‘아비커스’가 포항 운하에서 국내 최초로 성공시킨 소형 선박 자율운항 기술을 전시 부스에서 그대로 구현한다. 부스는 자율운항 레저보트 모형으로 꾸며지고, 발광다이오드(LED)를 활용해 대양을 항해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관람객은 직접 레저보트 안에서 운항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와함께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접목한 산업기계 분야 첨단 제품과 해양수소 밸류체인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대형 해상풍력발전기와 미래형 수소선박 모형을 설치하고, 그린수소 생산플랫폼과 액화수소 터미널, 수소스테이션 등 밸류체인 전반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번 ‘CES 2022’ 참가는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준비해온 기술과 미래 사업 전략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다"며, "그룹 경영진이 현장을 찾아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살피고 사업협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참가하는 두산그룹은 미디어데이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두산밥캣은 'CES 2022'에서 ‘완전 전동식(All-Electric)’ 콤팩트 트랙로더 T7X를 선보인다. 내연기관과 유압시스템을 없애고, 모든 시스템을 전동화했다.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소음도 없다. 지난해 프로토타입을 일부 공개했지만 완성형 제품의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제품은 ‘CES 2022 혁신상’ 2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을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자동화·무인화 등 첨단 미래기술도 선보인다. (주)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산업차량,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등이 참가한다.
두산그룹은 첨단 제품과 미래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를 마련한다. 수소 활용 기술이 적용된 트라이젠(Tri-Gen) 시스템 모형이 부스 중간에 위치하고, 주변에는 두산그룹 내 계열사의 자체 기술이 집약된 소개 모형들이 전시된다.
두산퓨얼셀이 개발 중인 트라이젠은 연료전지를 활용해 수소와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수소는 DMI 드론을 띄우고 전기는 두산밥캣의 완전 전동식 로더 T7X를 급속 충전시킨다. 열은 스마트팜으로 전달돼 농작물을 재배에 활용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두산이 새롭게 힘을 쏟고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두산의 기술과 제품들이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밀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두산이 인류와 지구를 위해 추구하는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조업 기업들의 IT전시회 참가는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시대’ 진입을 나타낸다. 친환경 트렌드와 디지털 전환이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면서 변화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를 이끈 것으로 관련업계는 풀이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를 넘어서고, 제조업 내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변화의 핵심 축에는 디지털 전환이 있고, ‘CES 2022’는 디지털 부문을 소개하거나 소비될 수 있는 장소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제조업 기업들도 참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