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던져볼 질문이다. 배터리업계가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유튜브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한정된 미디어만으로 알리던 방식을 탈피해 유튜브로 대중과 소통하면서 배터리산업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있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 공식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채널이 없는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공식 유튜브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삼성SDI는 가장 먼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2015년 첫 영상 업로드를 시작으로 2019년부터는 배터리 작동원리 등 배터리 산업 이해를 돕는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과 소통했다. 삼성SDI 유튜브는 유익한 배터리 콘텐츠 양성소로 꼽힌다.
지난 9월 말부터 매주 1편씩 '배터리 실험실' 시리즈를 게재해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가 혀에 닿으면 나는 맛은 전기맛일까?'라는 다소 엉뚱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배터리 충전에 따른 무게의 변화’, ‘온도에 따른 배터리의 충·방전 속도’, ‘서로 연결되어 충전하는 무한동력 배터리 가능성’, ‘비 오는 날 전기차 충전과 세차 가능?’ 등 누구나 궁금해했을 법한 내용을 담았다.
‘주모! 기술 한 사발 주소’ 시리즈는 자사 배터리 생산원리와 기술을 쉽게 푼 콘텐츠다. 전문분야인데도 대중 관심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도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스디생활 직장인 VLOG’, ‘직무별 담당자 이야기’, 최신 트렌드를 조직문화와 함께 유쾌하게 풀어낸 ‘스디정보통’도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SDI 유튜브 채널 담당자인 이승표 프로는 “삼성SDI 유튜브에는 일반적인 상식과 감성적인 콘텐츠가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색”이라며, “앞으로도 배터리와 관련된 트렌드는 물론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구독자들이 즐겨 찾는 채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이후 유튜브 채널을 따로 개설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직무 담당자들이 직접 직무를 설명하고, 어떤 일을 맡아 수행하는지를 풀어내는 영상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배터리산업은 새롭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신사업 분야로 현직자들의 경험담과 조언이 취업의 중요한 결정 요소로 여겨지면서 궁금증에 대해 직접 묻고 답하는 경우도 줄곧 찾아볼 수 있다.
한 취업준비생이 댓글로 “생산직무 중에 ‘공정기술’ 부문이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LG엔솔 측은 “궁금해하는 공정기술에 대해서도 준비해보겠다”라고 답했다.
SK온은 별도 유튜브 채널은 개설하지 않고 있다.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 채널을 통해 그동안 배터리 관련 정보를 전해왔고, 당분간은 자회사 유튜브 채널 개설 계획은 없는 상태다. 다만, SK이노베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SK온 배터리 사업 추진 성과 및 전략을 소개하고, 현장감 있는 영상도 선보이고 있다.
달라진 산업지형...기업 소통 움직임 이끌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 B2B 기업들이 불특정 다수들과 만나는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몇 년 전만 하더라고 B2C, B2B 기업 구분이 명확한 편이었다. 소비자에게 굳이 마케팅을 벌이지 않아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었고, 굳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부가가치 사슬이 무너지고, 플랫폼을 활용한 산업 지형으로 바뀌자 기업들도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업 이미지는 매출과 연결되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또한, 기업들의 다양한 소통 의지는 유능한 인재 유치를 위한 공략법이기도 하다. ‘핵심 인재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라는 말처럼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현직자를 자사 유튜브에 출연시켜 일명 ‘임플로이언서’로 활용하고 있다.
‘임플로이언서’는 직원을 의미하는 ‘임플로이(employee)’와 영향력 있는 사람을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최근 밀고 있는 홍보 브랜딩 방식이다.
MZ세대 취준생은 뭐든 맡겨만 주면 최선을 다하겠단 과거 발상을 넘어 본인이 어떤 직무와 어울리는지 잘할 수 있을지 판단하고, 취업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직무 외에도 사내 분위기, 복지 여건 등도 기업 선택의 기준인데 이를 파악하기 방안으로 현직자들의 영상 콘텐츠에 특히 주목하고 있어 기업들이 앞다퉈 유튜브를 통해 관련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취업난에 선택하고 말고 할 여유가 있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취업 후에도 본인이 생각한 회사 생활이 아니라고 판단이 서면 과감히 떠나는 MZ세대의 성향을 볼 때 무리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플랫폼 경제로 진입하면서 이제 유통기업인지 제조기업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과거 마케팅에 집중하지 않던 기업들도 시대 변화에 따라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유튜브·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에서 대중과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된 만큼 인재 확보는 기업 발전과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덕목”이라며, “특히, ‘임플로이언서’를 활용한 기업 이미지 개선 노력은 이젠 대세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