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가 올해 4번째 총파업에 돌입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놓고,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는 연말 연초에 진행하는 파업인 만큼, 장기화할 경우 기업과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8일 오전 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23일 택배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따른 것이다. 총 2290명이 참여해 93.6%(2143표)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요금 인상분을 공정하게 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은 지난 4월 택배요금 170원을 올렸고, 내년 1월에는 100원을 추가 인상할 예정인데, 총 270원에서 사회적 합의 비용으로는 겨우 76.7원을 책정했다”며 “사측이 내년에 가져갈 초과 이윤이 무려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상품 무조건 배송’ 등 독소조항이 담긴 부속합의서도 끼워 넣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파업으로 정당배송을 받지 못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한다"면서도 "CJ대한통운은 탐욕적 행태를 중단하고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사측은 택배요금 인상분의 절반이 이미 택배기사들에게 수수료로 배분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측은 “통상 수수료 배분방식에 따라, 전체 택배요금의 절반 정도가 택배기사에게 집화 배송 수수료로 배분되고 있다”며 “택배요금이 인상될 경우 역시 인상분의 절반이 택배기사의 수수료로 배분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가 독소조항으로 언급한 부속합의서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부속합의서에 ‘당일 배송’, ‘주말 배송’ 등이 명시 된 것은 그동안 별도로 계약서 등에 언급되지 않았던 노동 행위를 정식으로 규정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해당 내용은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논의 후 국토교통부의 법적 검토 및 승인을 받았다고도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은 “당일, 주말 배송은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이기도 한 것이 현실”이라며 “단 이 모든 사항에는 주당 작업시간 60시간 이내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60시간을 넘기게 되면 당일 주말 배송 등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에 참가하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쟁의권이 있는 1650여명이다. 전체 2만명 가운데 약 8%정도지만, 파업이 장기화 한다면 물량이 급증하는 연말 ‘택배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노조 소속 기사가 많은 일부 지역은 큰 불편이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대리점 요청에 따라 송장 출력을 제한하거나 1000여명 정도인 직고용 택배기사 파견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일부 쇼핑몰들은 파업에 따른 배송 지연 가능성을 공지하고 있으며 파업 기간 우체국 등 다른 택배사로 물량을 옮기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재계도 이번 파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는 올해 들어 이미 세 번의 파업을 강행했고, 정부 및 정치권의 개입과 사회적 합의가 매번 뒤따랐다”며 “그럼에도 택배노조는 연말연시 성수기의 택배 물량을 담보로 자신들의 요구사항만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