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선고 당일인 30일 오전 포스코 불법파견 관련 청구소송 선고를 추후 지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선고 당일에 급작스럽게 이뤄진 기일 변경에 대해 원·피고 쌍방은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조속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촉구했다.
대법원 선고 후 열릴 예정이던 금속노조 기자회견은 기일 변경과 함께 취소됐다.
손상용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선고 기일 참석을 위해 광양과 포항에서 당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올라왔는데 오전 갑자기 기일 변경 공지가 나왔다”면서, “철강업종 불법파견 첫 판결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연기된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2월 2차 소송 항소심 판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가운데 대법원 선고가 나온다고 해 빠른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판결이 늦춰지더라도 포스코의 명백한 불법파견은 부정할 수 없다. 차분하게 내년 초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항소심 판결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면 항소심 판결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한 번 더 심사숙고하려는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지난 2011년(1차 소송)과 2016년(2차 소송) 포스코에 대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각자 진행되던 두 소송 건이 대법원에 의해 올해 병합됐고,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원고 측은 도급계약에 따라 광양제철소 열연·냉연·도금공장 안에서 생산기계를 운전·조작하거나 크레인·지게차를 이용해 압연 코일 등을 운반하는 업무를 수행했는데 이 과정서 원청인 포스코의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성 인정 여부’ 핵심 쟁점
1·2심 판결 엇갈려...쌍방 상고 대법원 심리 이어져
이번 소송 핵심 쟁점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다. 포스코가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휘·명령했는지가 여부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질 걸로 보인다.
현행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이 가능한 업종을 32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나머지 업종에서는 파견 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도급계약은 허용되지만 이 경우에도 도급 근로자에 대해서는 지휘·명령을 할 수 없다. 이를 어길 시에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인 원고 측은 포스코와 체결한 협력 작업계약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면서 사측의 불법 파견을 주장하고 있다. 도급계약 형식을 띄고 있지만, 사측의 지시 감독을 받아 실질적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파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 단순 도급 계약일뿐 구체적인 지휘나 명령이 없어 파견법 위반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원청과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업무가 기능적으로 구분됐고, 작업사양서나 MES시스템을 통해 정보 전달을 했다면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고 대법원 판결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진행된 1심·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원고인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지 않다고 판단해 원고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심에 대해 원·피고 쌍방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심리까지 오게 됐다.
한편, 철강업계는 대법원의 포스코 불법파견 선고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등 다른 제조업에서는 불법파견 사례가 인정된 바 있지만, 철강업계에서는 첫 판결로 향후 이어질 관련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이외 현대제철도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들과 비슷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