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전기 작업을 하던 30대 하청업체 근로자가 감전사하는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 산업재해에 해당하지만,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을 미리 적용해도 원청인 한국전력을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대 산업재해를 막겠다는 애초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불완전 입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7일 고용노동부와 여주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일 경기 여주 소재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던 한국전력 하청업체 직원 김모씨가 작업 중 고압 전류에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오후 4시께 혼자 작업 중 고압전기에 감전되면서 의식을 잃었다. 사고 이후 즉시 이송되지 못했고, 뒤늦게 시민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패혈증으로 사고 19일 후인 11월 24일 사망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고압 전기 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에 나섰고, 고무 절연장갑 대신 면장갑을 착용했던 걸로 알려졌다. 한국전력 안전규정상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점을 앞당겨 중대재해처벌법을 해당 사건에 적용해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은 불가하다고 노무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3년 유예한다는 부칙을 두고 있다. 이번 사고 발생과 관련한 공사금액은 13만5000원으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사규모가 50억원이 넘어도 하청업체가 50인 미만 사업장일 경우에도 법 적용은 안된다.
이상국 공공노무법인 노무사는 “한전이 도급한 공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니 한전도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만, 도급계약 규모가 50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미리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사 금액에 상관없이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마련하고, 도급을 주도록 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필히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3만5000원짜리 공사를 하면서 누가 70~80만원 하는 작업차량 및 장비 대여를 하겠느냐”고 꼬집으면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이 중대 산업재해를 발생시키는데 지금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은 허점이 너무 많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뛰어난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취하도록 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생한 한전 감전 사고는 사업장 내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에 따라 처벌이 가능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을 한전 도급계약으로 보고, 한전 및 하청업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있는 도급자인 한전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자는 원청으로 분류돼,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진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법정형과 달리 실제 법원에서 선고하는 형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인은 처벌받지 않지만, 도급인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처벌받는다”면서 “한전의 도급인 책임을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