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동향 무시...‘탈원전’ 기조에만 몰빵 K-택소노미

국제동향 무시...‘탈원전’ 기조에만 몰빵 K-택소노미

EU, 원전·천연가스 포함 택소노미 초안 발표
원안 통과 가능성 높아...정부 “면밀 검토” 입장

기사승인 2022-01-07 06:00:18
두산중공업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초안을 발표한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가 성급히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적인 동향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 탈원전 기조만을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원자력 및 가스를 녹색산업으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taxonomy)’ 초안을 27개 회원국에 보냈다. 초안이지만 올해 상반기 의장국 프랑스가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점쳐진다.

오스트리아는 집행위원회에 대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면서 엄포를 놨지만,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또한, 원전을 극구 반대한 독일은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소송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원전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럽연합의 택소노미 변경 초안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K-택소노미에는 원전이 빠졌고, 액화천연가스(LNG)는 포함됐다.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 발전은 폐기물 처리 위험성으로 빠졌지만,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는 적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는 포함시키면서 의문을 자아냈다. 원자력업계와 시민환경단체로부터는 성급한 결정이라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세계 각국이 현실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전 도입을 결정하거나 진지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동향은 전혀 고려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내세운 탈원전 기조에만 매몰돼 K-택소노미를 성급하게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지난해 ‘원전 전략 비전’을 발표하면서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밝혔고, 유럽연합도 지난 2020년부터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천연가스 등을 포함할지에 대해 2년 여에 걸쳐 고심해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는 기다리지 않고 가장 먼저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유럽연합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정부도 알고 있었을 텐데 너무 성급하게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며 “현 정부가 집권 내내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미리 발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올해 3일 유럽연합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논의 과정을 파악하고, 그 기준 내용과 사유에 대해 면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유럽연합 결정에 따라 K-택소노미에 일부 반영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는 초안 단계로 찬성·반대 국가 사이에 다양한 내부 논의가 이뤄질 걸로 예상된다”며 원전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원자력 학계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가들이 친환경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자국에 이익논리를 내세운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특정 에너지원을 배제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합해 사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원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부 환경전문가들이 선진국인 독일 탈원전 정책을 언급하면서 우리도 따라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상 독일은 서유럽 국가 중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라면서 “무작정 독일 모델을 따르자고 하는데 우리나라 여건과 산업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경제성·환경성·공급안정성을 모두 충족하는 에너지는 없다”며, “갖고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잘 조합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하는 게 필요하고 특정 에너지를 배제하려는 정책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자력업계는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 결정에 따라 국내 녹색분류체계에도 원전이 포함된다면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아직 결정이 남은 상황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뿐이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