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보다 '언론'이 무서운 한전

유족 보다 '언론'이 무서운 한전

'감전사고 사망' 김다운씨 추모 기자회견
유족, 사고 발생 두 달만에 한전과 통화
“근본책임 한전에 있어...강력 처벌해야”

기사승인 2022-01-10 18:46:26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전이 발표한 안전대책은 현실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당신 동생이라면 그렇게 하겠어? 두 달 만에 전화 걸어오는 게 말이 됩니까?”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서 작업하다 감전돼 숨진 김다운씨 유족이 기자회견 20여분을 남기고 한국전력 여주지사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 중 일부다. 한전 여주지사는 사고 발생 경위 등을 묻는 유족들 질문에 일체 응하지 않다가 유족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오자 급하게 연락을 취한 것.

유족들은 기자 회견에 앞서 "감전사고 발생 후 한전과 하청업체 측에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준수 여부 등에 대한 답변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두달이 넘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언론 보도가 나가니깐 이제야 연락을 주는 거냐”며 복받친 울분을 토해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전이 발표한 안전대책은 현실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미 발표했던 것이거나 시기를 앞당기는 허울뿐인 안전대책이었다”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아닌 직접 고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은 9일 오후 협력업체 근로자 감전 사망 사고와 관련한 재발방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최근 사고에 대해 사과하면서 감전·끼임·추락 등 3대 주요 재해와 관련해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감전사고 방지를 위해 △직접 활선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간접 활선 지속 확대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노조는 한전의 대책은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면피성 결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16년에도 직접 활선 작업을 즉시 퇴출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내놓은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아 현실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였다. 또한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전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험을 외주화한 결과인데도 발주자라는 지위를 내세우면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지부장은 “한전의 부당한 업무지시로 사고가 발생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하청업체가 작업지시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본적인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며 “어제 한전이 직접 활선 작업을 즉시 퇴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면 면피성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 활선 작업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는데 현재도 사선에서 일하고 있는 배전공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 노동자들의 생존을 고민하고 대책이라고 발표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차량이 진입하지 못한 수많은 작업환경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전이 발표한 안전대책은 현실성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황인성 기자

유족 대표는 한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사고의 책임이 있는 한전은 어제 안전특별관리 대책 발표를 통해 발주처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며 “한전과 하청업체들은 아직도 사고경위를 은폐하고,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 작업에 투입될 수 없는 자격자가 아님에도 한전과 하청업체에 의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사지로 내몰렸다”며, “안전관리 지침이 모두 무시된 책임에 대해서 한전 측은 단 한마디 말도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후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 본사 앞으로 장소를 옮겨 추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울러 한전 현실성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천막 농성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전을 도급인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발주자는 산업재해 책임이 없는 반면, 도급인은 산업재해 관리 책임이 있다. 한전은 전날 발표에서 유족에 대한 사과를 전하면서도 발주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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