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이 양사의 인수합병 거부권을 행사할 거란 현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1일 합병 이슈에 정통한 관계자 3인의 말을 인용해 유럽연합이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병 건을 승인하지 않을 거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경쟁 당국이 두 기업 합병을 거부하는 이유는 독과점 때문이다. 두 기업 결합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는데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게 익명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익명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집행위가 이번 주 내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결합심사는 국내 공정위뿐 아니라 해외 이해당사자국들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한다.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과 2020년 8월 싱가포르, 같은 해 12월 중국이 조건 없는 승인을 했고, 아직 심사를 내리지 않은 국가는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이다. 유럽연합이 보도대로 기업결합을 미승인할 경우는 한국과 일본 경쟁 당국 판단에 상관없이 인수합병 자체가 무산된다.

인수합병 당사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라면서 심사를 기다릴 뿐이라고 답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 시장은 단순히 점유율로만 지배율을 평가하기 곤란하고, 특정 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며, “앞서 조건 없는 승인을 내렸던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 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매각 대상 입장에서 따로 전할 말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기업 합병 거부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유럽연합은 소비자 가격 상승 우려가 있다면서 인도 ‘타타 철강(Tata Steel)’과 독일 철강사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간 인수합병을 거부한 바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