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죽음은 100% 철저히 한전 당신들 책임입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서 회로 차단 전환 스위치(COS) 투입·개방 작업하다 감전돼 숨진 김다운씨 유족이 한전과 하청업체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고발 의사를 밝혔다. 발주사라는 지위를 내세우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한전을 향해서는 결코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故 김다운씨 유족은 13일 오후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현장 작업 발주사인 한전과 하청업체 두 곳을 산업안전재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는 한전의 파렴치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5일 경기도 여주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3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전봇대에서 COS 투개방 작업을 하다가 감전 사고로 숨진 사고가 있었다. 당시 작업은 한전 안전 규정에 따라 2인 1조 진행돼야 했으나, 하청업체 직원 김씨를 혼자 작업에 투입됐다. 또 하청업체는 활선 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에 보냈고, 안전을 위한 고무 절연장갑도 제때 지급하지 않은 걸로 전해진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대표는 “원청도 하청도 노동자에게 안전장비를 챙겨주지 않았고, 결국 다가오는 봄 결혼 예정이던 고인은 38세에 세상을 떠났다”며 ”자기회사 사업장에서 자기회사 업무를 수행하던 청년노동자 죽임 앞에서 한전은 법 해석을 거짓으로 하면서 도망가기 급급한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전은 사실상 도급인 지위를 가진 사업주라면서 유족과 함께 끝까지 재해 책임 추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국전력은 ‘절연장갑이 필요 없는 간단한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의원실에 보고했는데 노동자의 안전을 비용으로 여긴 단순하고 간단한 몰상식”이라고 비난하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양보는 없다”고 지적했다.
소송대리인을 맡은 류하경 변호사는 “해당 사고 현장은 한전이 관리하는 사업장이 명백히 맞고,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계약 주체인 원청은 안전관리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며, “한전은 본인들이 도급사가 아니고 발주사라고 말하지만, 법률가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다”고 항변했다. 이어 “오늘 바로 수사를 담당하는 여주 경찰서와 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형사고소고발장을 제출하고, 법원에는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족 측은 지난 10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 본사를 찾아 정승일 한전 사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유족은 언론과 노조가 함께 참석하는 행태의 대면을 희망했지만, 한전이 난색을 드러내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본부장급 인사와 면담은 이뤄졌다.
유족 대표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고인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는 하청업체들은 얼마 후면 다시 한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이를 한전에 항의했다”며, “한전은 이에 대해 ‘계약에 따른 법적 관계가 남아 있어, 추가 검토 후 처리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놨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 H사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책임이 있음에도 한전으로부터 시공통보 중지 90일, 벌점 1.5점을 부여받았다. 20여 일 후면 다시 한전이 발주하는 전기 관련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2~3년 후면 한전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 H업체에게 불법하도급을 준 원하청업체 D사는 단 3일 시공통보 중지만 부여됐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