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경제계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105개사 응답)한 결과, 한국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60.0%에 달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9%, 별로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전경련은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로 ‘중대재해처벌법’를 꼽았다. 개선이 시급한 노동법제를 묻는 질의에 28.6%가 ‘중대재해처벌법 정비’를 가장 먼저 꼽았고, 이어 ‘근로시간 규제완화(23.8%)’, ‘최저임금제 개선(21.9%)’, ‘기간제·파견법 규제완화(11.4%)’ 순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모호한 법률 규정과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이 됐다는 게 경제계 입장이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해설서가 배포됐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면서, “법률 모호성을 해소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간 추진된 노동정책 중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도는 ‘주 52시간제(52.4%)’로 나타났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44.8%)’, ‘중대재해처벌법(41.9%)’이 뒤를 이었다.
전경련은 “주 52시간제가 규모별·산업별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충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거나 독일처럼 근로시간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근로시간계좌제, 고소득자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 도입으로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경련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도 크다고 밝혔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이 29.1%나 상승했다면서 단기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올해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 부문 현안은 ‘최저임금 인상(38.1%)’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정년연장 논의’(35.2%), 세 번째로 ‘근로시간면제 심의 결과’(31.4%)으로 나타났다.
노사현안 외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외부변수로는 ‘코로나19(71.4%)’를 가장 높게 꼽았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 사태 3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느끼고 있다. 이어 ‘ESG 확산(35.2%), ,‘탄소중립(33.3%)’, ‘공급망 불안정(32.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몇 년간 노동 규제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화되는 노동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 안정화에 힘쓰면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