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첫 TV 토론회에서 에너지 정책 이슈가 등장했지만, 알맹이 없는 공방에 그쳤다. ‘RE100’이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웃지 못할 상황부터 원전 정책을 얘기하면서 관련 이슈인 유럽 택소노미를 알지 못하는 등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내실이 없었다. 에너지 정책을 이해하고 발언하기보다 지식 뽐내기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일 저녁에 열린 대선후보 4자 토론에서는 신재생에너지, RE100, 그린 택소노미 등 미래 에너지 산업 이슈들이 언급됐다. 일자리 및 경제 부양 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대화에 이목이 쏠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에너지·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는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길을 가야 한다”며 “그 첫 번째가 신산업,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대대적인 산업 전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발표했던 신경제 전략에 언급한 것처럼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산업 구조를 변화를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후보는 또 “미래산업의 핵심은 재생에너지고. 재생에너지의 중심은 수소가 될 텐데. 그중 블루수소 생산산업과 관련된 혹시 비전이나 생각을 말해달라”고 윤석열 후보에게 질의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의 주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그전에 디지털 전환 및 원전 재검토가 더욱 중요하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재생에너지는 미래산업 중 하나고 탄소중립2050을 실현하기 위해서 신재생도 저희가 투자를 해야 하지만, 핵심은 데이터, AI, 바이오다”고 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방법론에서도 다소 의견이 갈렸다. 이 후보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가면서 필요에 따라 원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윤 후보는 기존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전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가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RE100이 무엇인지 묻고 따지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이 후보는 “세계 유시 기업들이 RE100을 채택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고, 이에 윤 후보는 “RE100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미 친숙한 단어이지만, 일방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용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그룹 계열사 8곳이 2020년 11월 초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깊이 없는 토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토론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고, 그냥 지식을 확인하는 차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향후 개최될 토론에서 당면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길 희망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이번 대선후보 토론회에선 에너지 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화두는 던져졌지만, 거대 담론을 훑는 수준에 그쳤다”며, “당장 내년 고리2호기 수명이 만료되는데 당면한 현실 과제에 대한 진지한 논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실현하겠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활용 등을 대선후보들이 언급했지만, 당장 시급한 건 2030NDC다”며, “차기 정부 5년 동안 정확히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내지 않으면 차차기 정부에서 3년 내 2030NDC를 달성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다음 토론회에서라도 원자력 정책을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나갈지 묻고 답하는 과정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내실 있는 에너지 정책토론은 국민 판단에 도움을 주겠지만 행여 정치적으로 흐르게 될 경우를 지양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는 우리 경제에 있어 정말 핵심적인 분야로 결코 정치적으로 흘러서는 안 되는데 지난 정부에서는 유난히 에너지 정책이 정치적 성향을 보였었다”며, “장학 퀴즈같은 문답을 갖고 대선 정책 토론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차라리 에너지 정책이 잘 마련될 수 있도록 비정치적인 영역에서 전문가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에 후보들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