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력 생산원료가 되는 석유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돼 국내 산업계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유입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4일 기준 배럴당 90.22 달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2.31 달러, 브렌트유는 93.27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3종이 90달러를 넘긴 건 7년 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유가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서부지역 한파와 OPEC+(주요 산유국 협의체)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유가 인상은 계속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유 수급에 영향을 받는 해운·화학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운업계는 운임 비용 상승으로 지난해 호실적을 냈지만 고유가 기조가 계속된다면 유가상승분 일부는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운임비가 이례적으로 크게 올라 감당할 수 있지만 비용 안정화가 된다면 실적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보다 운임비가 더 올랐기 때문에 당장 크게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통상 유가가 오르면 선사 입장에서는 연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며, “특히 스크러버(Scrubber·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달지 않은 중·소형 이하 선사들은 고유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정 노선만 오고가는 정기선은 연간 유류 공급 계약을 맺고 거래하기에 상대적으로 유가 부담이 덜 하지만, 부정기 운행 벌크선은 어느 곳으로 운항할지 모르기 때문에 국제유가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 또 벌크선 운임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원유에서 기초원료를 대부분 뽑는 화학업계도 유가상승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원료인 나프타(납사)를 정유회사와 쿼터 또는 연간단위 물량 계약을 맺어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최소화하고 있고 값싼 액화석유가스(LPG), 에탄올 등을 나프타 대체 원료로 일부 투입하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가도 오르면 피해가 상쇄되지만, 최근에는 오미크론 영향에 따른 전방산업 수요가 줄면서 제품가격이 오르지 않아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당장은 대규모 물량계약 등 안전장치로 피해를 감수하지만, 현재 몇 달을 넘어가면 수익성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상승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꾸준한 유가상승에 전기요금 인상 요구가 있었지만 정부는 국민경제 안정화를 위해 전기요금을 끝내 동결했다.
전기업계는 그러나 한국전력 등 발전공기업이 감수할 여력을 넘어섰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기업계 관계자는 “국민경제 안정화를 이유로 전기업계가 전기요금 동결을 감수해 왔지만 더 이상은 인상을 미룰 수 없다”며, “한전 적자는 한 기업 부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어떠한 경우에도 2분기부터는 유가 등 원료비에 연동한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대규모 전력을 쓰는 제조업은 부담을 느낀다. 재정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부담이 더 커진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는 전기요금 인상부담이 가장 크다”며, “전기요금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제조원가에 영향을 주고, 또 제품가를 올리면 판매량이 줄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