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다시 주주 제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조카의 난’이라고 불리는 금호가 경영권 쟁탈전이 다시 일어날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는 전날 오후 금호석유화학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제출된 제안서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정책 개선안,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추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주제안은 일반주주가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제도다.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해야만 하고, 주로 배당 확대 및 이사·감사 선임 등이 주로 다뤄진다.
내달 28일 사외이사 2인의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사외이사 추천을 통해 경영 일선을 복귀하려는 시도로 업계서는 보고 있다.
주주제안서를 낸 박철완 전 상무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식 8.5%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 주주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막내아들로 박찬구 현 금호석유화학 회장 조카다.
박 전 상무는 지난해 3월 열렸던 주주총회 당시에도 주주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 체제에서 승진이 누락되자 주주총회에서 ‘본인을 사내이사로 임명하고 사외이사를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로 교체해달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미등기 이사였던 박 전 상무는 주주총회 이후 5일 만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전격 해임되면서 이사회에서 배제됐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은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던 시기였다. 또 주가가 수직 상승해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높던 가운데 무리하게 경영권에 도전했다는 게 당시 재계의 일반적 평가였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선친인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M&A, R&D 투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 왔다”며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사상 최대 호실적임도 불구하고 주가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 투명화·합리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가는 차원에서 이번 주주제안을 발송하게 됐다”며, “차후 주주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일반 주주들에게 공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박 전 상무가 낸 주주제안 안건과 다소 차이가 있다”며 “주주제안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고 짧게 답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